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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챕터 4

브레이슬릿

정교한 브레이슬릿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상상해보는 가장 좋은 방법. 바로 복잡한 파인 워치메이킹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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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S. 킹스턴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
매거진 19 챕터 4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Villeret Complete Calendar).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Villeret Complete Calendar).

“어떻게 금속으로 만든 오브제가 이처럼 유연하면서 견고할 수 있을까?”

531개의 개별 부품. 장인의 예술적 손길과 꼼꼼하고 정교한 피니싱. 마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 제작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블랑팡의 밀 마이어(Mille Mailles) 스틸 혹은 골드 브레이슬릿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한 묘사가 복잡한 파인 워치메이킹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면, 그 이미지를 따라가도 좋다. 섬세한 브레이슬릿을 만들어내는 과정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블랑팡의 밀 마이어(Mille Mailles) 브레이슬릿은 손안에서 복잡한 디자인 중 극히 일부만 드러낸다.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거치는 복잡하고 정교한 단계의 극히 일부만 드러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하이엔드 브레이슬릿은 여느 브레이슬릿과는 확연히 다른 오라를 뿜어낸다. 손목 위에서 완벽한 착용감을 선사하고,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며, 피니싱이 조화로울 뿐 아니라 무게감에서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모든 요소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린다. 이러한 브레이슬릿을 보면 저절로 “어떻게 금속으로 만든 오브제가 이처럼 유연하면서도 견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손목 위에서 반짝이는 섬세한 브레이슬릿의 피니싱만으로는 그 비밀을 알 수 없다. 착용하는 순간 바로 확실히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사실 그 구조는 11개의 각기 다른 내부 링크, 20개의 각기 다른 외부 링크(이를 프랑스어로 ‘마이용(maillons)’이라 한다)로 이뤄진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띤다. 눈으로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각각의 링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브레이슬릿 조립 과정을 지켜보거나 드로잉을 살펴본다면 모든 마이용이 동일하지 않으며, 31개의 각기 다른 형태와 사이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차이를 설명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 차이는 옆에 놓고도 날카로운 눈으로 비교하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고작 mm 단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품을 연결하는 방식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마이용은 섬세한 핀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각 부분에서 부착되어 마이용 안쪽으로 브레이슬릿을 가로지르며 열(row)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링크는 보이지 않게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지만, 열에 연결된 요소로 작용해 회전함으로써 브레이슬릿이 손목에 맞게 감길 수 있는 것이다.  

브레이슬릿을 고정한 방식을 살펴보며 자세히 파고들다 보면 구조의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난도 조립과 피니싱 과정이 남아 있다. 500개 이상의 부품을 조립하는 방법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프랑스 국경 부근 스위스 북부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곳에는 블랑팡의 자매회사 시몬 & 멤브레즈(Simon & Membrez)가 위치한 델레몽(Delémont) 마을이 있다. 

브레이슬릿은 각기 다른 31가지 다른 사이즈와 형태의 마이용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공정은 각 부품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차 범위는 5미크론(micron; 10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미세하다.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각각의 마이용이 완벽하고 부드럽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고도의 정확성이 요구된다. 부품은 형태에 따라 분류되어 각 형태를 의미하는 번호를 매긴 작은 용기에 담긴 후 조립 전문가의 작업대에 도착한다. 각기 다른 31가지 사이즈와 형태의 마이용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부품 용기에 번호를 매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착용자의 손목에 브레이슬릿을 맞추기 위해 드라이버로 쉽게 뺄 수 있도록 한 스크루가 있는 독특한 형태의 마이용만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이용이기 때문이다. 

첫 단계는 마이용 측면에 브레이슬릿 너비만큼 핀을 고정해 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각각의 핀은 드릴 구멍과 접착제(glue)를 이용해 견고하게 고정한다. 

이 단계에서도 무엇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접착제를 이용해 핀을 이중으로 견고하게 고정하는데, 접착제 자체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접착제 묶음이 도착하면 그중 일부를 샘플링해 핀을 마이용에 고정한 후 그것을 다시 떼어내는 데 필요한 힘을 측정한다. 물론 그 힘은 브레이슬릿을 사용하면서 가해지는 힘보다도 훨씬 크다. 테스트에 통과하면 그 접착제 전체를 브레이슬릿 제작에 사용한다.   

접착제 검증이 끝나면, 핀으로 단단하게 고정한 마이용들을 완성된 브레이슬릿에 맞는 사이즈에 따라 정렬한다. 그 후 조립 전문가가 11개 다른 사이즈의 내부 마이용을 핀으로 연결한다. 마이용을 정확한 자리에 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열은 동일한 사이즈로 이뤄져 있지만, 스크루 드라이버로 제거 가능한 네 줄의 경우(사이즈를 조절하기 위해 바깥쪽 스크루가 있는 것들)는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즈를 조절하는 이 줄에는 두 가지 다른 종류의 내부 마이용이 조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브레이슬릿의 해당 위치에 필요한 사이즈의 마이용과 매치되는 번호를 새긴 특별한 도구를 사용한다. 

일단 내부 마이용들을 모두 핀에 고정한 후에는 바깥쪽 마이용을 부착한다.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드릴 구멍에 넣고 접착제로 단단히 고정한다. 

브레이슬릿

피니싱은 그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브레이슬릿은 조립을 거의 마친 상태가 된다. 이제 한쪽에는 시계 케이스, 또 한쪽에는 버클에 연결하는 부품만 있으면 된다. 블랑팡에서는 워치메이커가 직접 브레이슬릿을 타임피스에 연결하기 때문에 브레이슬릿은 ‘어태치 부아트(Attache Boîte)’ 라 불리는 부품을 갖춘 워치메이커에게 각각 보내진다. 버클은 탈착 가능한 열의 스크루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으로 마이용 각 끝부분에 연결된다. 브레이슬릿을 타임피스에 연결하는 과정을 마치면 조립은 완성되지만, 아직 큰 산이 남아 있다. 그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피니싱이 남은 것이다.  

우선 각 열 사이 한정된 공간에서 마이용에 완벽한 광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피니싱 장인이 마이용 내부를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브레이슬릿을 한 열씩 뒤쪽으로 구부린다. 이렇게 브레이슬릿을 뒤쪽으로 구부리면 각 열 사이 공간이 드러난다. 그러면 각 한 쌍의 열을 ‘라 브로세 무스타슈(La Brosse Moustache, the Moustache Brush)’라는 매우 로맨틱한 이름의 극도로 얇은 로테이팅 폴리싱 브러시로 누른다. 브러시 모가 매우 얇아 열 사이 제한된 공간에 닿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한 쌍씩 계속해서 반복한다. 모든 열을 브러시로 폴리싱하고 나면 내부는 완벽하게 빛을 발한다.   

다음 단계는 브레이슬릿 측면 폴리싱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다. 물론 아름다운 광택을 내야 하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평평한 표면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역시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 브레이슬릿을 지지대 위에 평평하게 놓은 후 브레이슬릿에 적절한 각도로 기울인 폴리싱 디스크의 면을 따라 측면에서 눌러 폴리싱한다. 전체 면을 폴리싱 디스크의 표면으로 폴리싱해 평평함을 유지하면서 완벽하게 피니싱 처리를 한다. 

브레이슬릿

브러시 작업이 진행되면서 폴리싱 재료 역시 달라지는데, 단계가 진행될수록 좀 더 미세한 재료를 선택하게 된다.

측면을 디스크로 폴리싱하는 일을 마치면 위쪽 표면, 그리고 측면에 더욱 깊은 광택을 내는 업무에 돌입한다. 이때 세 가지 다른 폴리싱 브러시를 사용하는데, 각 브러시는 순차적으로 더욱 부드러워진다. 브러시 작업이 진행되면서 폴리싱 재료 역시 달라지는데, 단계가 진행될수록 좀 더 미세한 재료를 선택한다. 측면의 경우 최종 폴리싱 작업은 3개의 다른 브러시로 측면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반면, 위쪽 표면은 한 줄씩 차례차례 접근해야 한다. 이전의 로테이팅 브러시 기술과 비슷한 방식으로 브레이슬릿을 접어서 한 줄씩 따로 브러시로 폴리싱한다. 브러시 폴리싱 작업은 가장 바깥쪽 열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브레이슬릿 전체로 이어진다.  

이제 뒤쪽 표면이 남았다. 이곳은 반짝이는 폴리싱 대신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새틴 피니싱 처리를 한다. 새틴 피니싱 역시 그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다. 우선 브레이슬릿을 연마 휠 앞뒤로 움직여가며 새틴처럼 광택을 내는 새티나주(satinage)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극도로 섬세한 선을 만들어낸다. 그 선이 완벽하게 곧고 일정하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작업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특히 광택이 나도록 폴리싱해야 하는 2개의 작은 부분 때문에 이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하나는 브레이슬릿 한쪽 끝, 또 하나는 뒤쪽이 곡선을 그리며 폴리싱한 마이용 측면과 만나면서 생기는 바깥쪽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흐르는 섬세한 경계선이다. 이 두 부분은 새틴 피니싱 작업 후 피니싱 처리한다. 브레이슬릿을 폴리싱 휠에 정확하게 고정하기 위해 최종 피스의 경우 브릴리언트와 새틴 피니싱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자 종이 클립을 사용한다. 폴리싱해야 하는 부분만 휠에 노출시키는 이 기술은 뒤쪽에서 각 마이용의 측면으로 이어지는 좁은 부분에 광택을 내는 데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제 남은 것은 극도로 부드러운 폴리싱 브러시를 사용하는 마지막 단계다. 두 방향으로 진행해 반짝이는 표면에 폴리싱 선이 절대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이후 세척 과정이 이어진다. 그러고 나서 특별한 빛 아래에서 각각의 브레이슬릿이 완벽하게 완성되었는지 꼼꼼하고 면밀하게 살핀다.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

하이엔드 메탈 브레이슬릿 제작은 무브먼트, 다이얼, 케이스가 완성되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이뤄진다.

밀 마이어 브레이슬릿이 가장 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있기는 하지만, 전설의 71 브레이슬릿과 바티스카프 브레이슬릿 등 블랑팡의 다른 브레이슬릿 조립과 피니싱도 일반적으로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블랑팡 애호가라면 최초의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의 등장까지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71 브레이슬릿의 기나긴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뻣뻣하고 손목에 편안하게 감기지 않는 스포츠 워치 브레이슬릿 시대에 71 브레이슬릿은 가히 혁명 그 자체였다. 유연한 패턴과 손목에 착 들어맞는 편안한 착용감은 혁신적이었고, 그 때문에 금속 브레이슬릿의 황금율을 확립했다. 그 비밀은 링크와 가장자리 피스의 살짝 둥근 형태, 그리고 요소들을 고정시키는 핀을 나란히 자리하게 한 데 있었다. 

71 브레이슬릿과 바티스카프 브레이슬릿은 모두 브러시 피니싱 처리했다. 밀 마이어보다 구성 부품이나 요소의 형태 수는 적지만, 그들의 조립과 피니싱 과정 역시 만만치 않게 까다롭다. 구조의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브레이슬릿을 이루는 요소들을 핀으로 연결해 바깥쪽 요소에 견고하게 접착제로 고정한다. 그러고 나서 내부 부품과 연결하고 바깥쪽 먼 부분까지 고정해 브레이슬릿을 완성한다. 브레이슬릿 요소들을 조립하기 전에 먼저 브러시 피니싱 처리를 한다. 핀으로 고정하는 과정 이후 브러시 처리한 표면 선의 세밀한 정도에 부합하는 연마제를 갖춘 터닝 벨트에 브레이슬릿을 고정해 요소들에 마지막 마무리 터치를 가미한다. 이 같은 마무리는 상당히 고난도 작업인데, 완벽하게 곧은 선을 정확히 브레이슬릿에서 요구하는 길이만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치메이킹은 장인 정신에서 가장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부분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항상 시험해왔다. 그런 점에서 하이엔드 메탈 브레이슬릿 제작이 무브먼트, 다이얼, 케이스가 완성되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브레이슬릿

챕터 05

페스카토레

농지와 고요한 전원의 모습을 그려보라. 그리고 그 가운데 상징적인 장소를 떠올려 보자. 그곳이 바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레스토랑, 달 페스카토레(Dal Pescatore)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달 페스카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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