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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챕터 5

페스카토레

농지와 고요한 전원의 모습을 그려보라. 그리고 그 가운데 상징적인 장소를 떠올려 보자. 그곳이 바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레스토랑, 달 페스카토레(Dal Pescatore)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달 페스카토레
페스카토레
매거진 19 챕터 5
달 페스카토레

산티니 가족의 레스토랑 델 페스카토레에는 100년에 이르는 역사만큼 깊은 가족의 전통이 흐르고 있다.

머릿속에 이탈리아 북부에 광활하게 펼쳐진 드넓은 공간을 그려보자. 때때로 등장하는 좁은 길과 전원 풍경을 가로지르는 제방을 제외하고는 몇 마일 거리 안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다. 가장 가까운 도시는 매우 작은 곳으로, 최소한 차로 30분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자그마치 2시간 거리다. 5km 반경에 호텔은 단 하나뿐이고, 황량할 만큼 텅 빈 커다란 광장을 마주 보고 있는 그 소박한 호텔에도 오로지 교회와 작은 카페밖에 없다.

당신의 상상 속 풍경 한가운데 세 채의 작은 건물을 나란히 놓아보아라.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광경 속에서 분명히 농장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경작한 평야, 건초 더미, 곡물 저장소, 트랙터, 풀을 먹고 있는 동물들을 품고 있는 모습 말이다. 

이처럼 고요한 전원 풍경을 그린 당신의 상상 속 풍경에서 거의 꾸미지 않은 소박한 곳이 바로 이 세 채의 건물이다. 루나테(Runat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건물들에서는 매일 낮과 저녁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레스토랑인 산티니(Santini) 가족의 달 페스카토레가 이 건물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진정 훌륭한 레스토랑은 음식 자체를 넘어 고유의 오라, 분위기, 느낌을 지니고 있다. 달 페스카토레도 예외는 아니다. 산티니 가족이 제공하는 3시간 동안의 만찬이 끝난 후 오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식사 시간 중간중간에서 포착되는 분위기,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미지와 느낌이다. 달 페스카토레에서는 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감정을 건드리는데, 바로 가족의 따뜻함이다. 달 페스카토레는 논란의 여지없이 세계의 미식 성전으로 자리 잡았고, 23년간 미슐랭 3 스타라는 영광을 안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 레스토랑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포근한 환영, 세팅, 서비스, 음식에서 산티니 가족의 따뜻함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의 아들 조반니(Giovanni)와 함께 주방을 책임지는 상냥한 나디아 산티니(Nadia Santini), 그의 또 다른 아들이자 소믈리에인 알베르토(Alberto)와 함께 집 앞을 지키는 우아한 안토니오 산티니(Antonio Santini)가 그들이다. 특히 알베르토는 프랑스, 미국, 호주 등 와인 산지를 여행하며 경험하고 쌓은,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열정적으로 나눈다. 여전히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안토니오의 어머니 브루나(Bruna)는 허브 정원을 가꾼다. 약 100년의 역사를 지닌 산티니 레스토랑은 3대에 거쳐 가족의 유대감을 지켜올 정도로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한다. 

달 페스카토레라는 이름이 해산물 레스토랑을 의미하는 만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 현재의 경영자 안토니오 산티니의 할아버지였던 이름이 같은 안토니오, 그리고 그의 아내 테레사(Teresa)가 1926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비노 에 페스체(Vino e Pesce)’라는 이름의 해산물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에서는 뒤쪽에 있는 작은 시내에서 잡은 신선한 민물 생선을 주재료로 한 메뉴를 제공했다. 현재 자연보호 구역인 그곳에서는 람브루스코(Lambrusco) 와인을 생산한다. 스타일은 소박한 시골 식당의 그것이었을지 모르나, 파슬리, 안초비, 케이퍼를 곁들인 생선 등 메뉴 중 몇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안토니오와 테레사에게 훈련을 받은 아들 지오반니는 자신의 아내 브루나와 함께 레스토랑을 리뉴얼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브루나는 시어머니 테레사와 함께 요리를 하며 메뉴에 파스타를 추가했고, 메뉴를 계속 발전시키는 동시에 단호박과 생파스타로 만든 ‘토르텔리 디 주카(Tortelli di Zucca)’ 등을 레스토랑의 시그너처이자 자신의 특기로 만들었다. 메뉴가 점차 늘어나면서 로스트 비프도 포함되었고, 레스토랑의 비품도 더욱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꾸었다. 

소규모 식당인 ‘트라토리아(trattoria)’로서의 모습을 완벽하게 갖추며 이름도 오늘날처럼 달 페스카토레로 바꾸었다.  

조반니와 브루나의 아들 안토니오가 나디아와 결혼하면서 산티니 가문의 3세대로 지휘봉이 넘어갔다. 나디아는 현재 4세대인 자신의 아들 조반니와 함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안토니오와 나디아는 함께 당시의 달 페스카토레를 다시 한번 변모시키기로 결심한다. 1974년 프랑스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그들은 보퀴즈(Bocuse), 해베를랭(Haeberlin), 트로이그로스(Troisgros), 사부아(Savoy), 피크(Pic), 게라르(Guérard), 베르제(Vergé), 뒤카스(Ducasse) 등 유명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중 많은 곳을 방문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들도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요리하고 싶다는 열정을 느꼈고, 달 페스카토레 역시 미슐랭 3 스타에 올리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산티니 가족 3대의 모습. 

산티니 가족 3대의 모습. 

각각의 다이닝 룸에는 정원 뷰를 보여주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르는 유리벽을 최소한 하나씩 배치해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미슐랭 3 스타라는 영예의 왕관을 획득한(1982년에 1개, 1987년에 2개, 1996년에 3개를 획득했다) 나디아의 요리도 인상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다른 어디에서도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3 스타 셰프라는 특별한 ‘반열’에 들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 중에는 다른 유명 레스토랑에 머물며 레시피, 기술, 스타일, 그리고 다른 마스터 셰프의 비법을 흡수하는 방법이 있다. 역시 다른 레스토랑에서 한 번도 교육받은 적이 없는 나디아는 브루나에게 가이드를 받으며 모든 것을 자신 스스로 해냈다.  

그렇다고 안토니오와 나디아가 자신들을 미식 세계와 단절시켰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들은 고귀한 를레 & 샤토(Relais & Châteaux)와 그랑 타블 뒤 몽드(Grandes Tables du Monde)의 일원이 되었고, 요리 부문의 여러 선구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폴 보퀴즈(Paul Bocuse)와 일라우제른 오베르주 드 릴(Illhaeusern’s Auberge de l’Ill)의 마르크 해베를랭(Marc Haeberlin)과는 매우 친밀했는데, 특히 폴 보퀴즈의 경우에는 2018년 1월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오베르주 드 릴 역시 미슐랭 3 스타 가족 레스토랑으로 이슈 No. 9 칼럼에서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르크와 안토니오는 격주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다. 

주위를 둘러싼 농장의 풍경만 봐서는 레스토랑 내부의 섬세함을 짐작하기 어렵다. 파스텔컬러로 칠한 벽, 방을 나누는 많은 문을 가로지르는 우아한 아치, 핸드메이드 러그를 깔아놓은 따뜻한 하드우드 바닥, 널찍한 공간에 놓은 테이블.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지며 이탈리아 감성이 살아 있는 감각적이고 호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단 하나, 일본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가 있다. 각각의 다이닝 룸에 정원의 뷰를 보여주는,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유리벽을 최소한 하나씩 배치해 우아함을 극대화한 것이다. 일본 가이세키 레스토랑 혹은 교토의 티 하우스에서처럼 정원을 방의 일부로 꾸몄다.  

달 페스카토레

이탈리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프렌치 퓨전에 지나치게 탐닉해 미슐랭 감독관들이 선호하는 맛을 내는 레스토랑을 방문할 경우 자신이 지금 어디 와 있는지 감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달 페스카토레 메뉴에서 다양한 파스타와 리소토를 발견하는 순간 이러한 걱정은 사라진다. 그리고 ‘콤포스타 디 포모도리 에 멜란자네 콘 바실리코 프레스코(Composta di Pomodori e Melanzane con Basilico Fresco)’ 테이스팅 메뉴를 만나면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이 메뉴는 그들이 소유한 부지 뒤쪽에서 산티니 가족이 숙성시키고 생산하는 발사미코(balsamico)를 살짝 섞은, 바질을 넣은 토스카나 올리브 오일에 담근 가지 콩피 위 탐스럽게 잘 익은 이탈리아 토마토를 사각 형태로 만든 메뉴다.  

위대한 이탈리아 전통, 그리고 달 페스카토레의 역사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메뉴는 물론 토르텔리 디 주카(단호박, 아마레티, 모스타르다와 파르미자노 레자노)다. 

달 페스카토레가 트리토리아였던 시절, 이 메뉴를 처음 소개한 것은 브루나였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언급되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방문해 이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로지 그것을 먹기 위해 밀라노에서 편도 2시간 거리의 순례를 하는 것을 충분히 감수할 정도니 말이다. 이곳의 토르텔리 디 주카는 ‘먹으러 가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다’라는 미슐랭 3 스타 등급의 정의와 완벽하게 부합한다. 라비올리, 토르텔리, 카펠라치 등 무엇이 되었든 단호박으로 채운 파스타는 북이탈리아 퀴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 요리는 아마레티(amaretti) 아몬드를 가미하면 한층 풍성해진다. 달 페스카토레의 버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머스터드와 함께 으깬 과일 콩피인 모스타르다(mostarda)다. 과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경우 화이트 수박이다. 토르텔리의 기교와 완벽함이란. 짭잘하면서도 달콤하고, 과일 맛이 나는 동시에 땅의 맛이 나는,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세상의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파스타는 토르텔리니 디 키아니나 콘 에르베테 알 살토(Tortellini di Chianina con Erbette al Salto), 치폴레 로세 디 트로페아(Cipole Rosse di Tropea), 크레마 디 피셀리 에 페르가메나 디 토피남부르(Crema di Piselli e Pergamena di Topinambur)다. 사실 토르텔리 필링은 종종 파스타와 소스의 조화에 압도당하고 희석되는 메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섬세하고 흙냄새까지 느껴지는 키아니나 비프의 맛이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함께 곁들이는 매력적인 완두와 예루살렘 아티초크 소스가 요리에서 중심이 되는 고기의 맛은 유지하면서 은은한 악센트를 가미한다. 그리고 약간의 볶은 시금치와 붉은 양파 콩피가 이와 대비를 이룬다. 

 콤포스타 디 포모도리 에 멜란자네 콘 바실리코 프레스코.

콤포스타 디 포모도리 에 멜란자네 콘 바실리코 프레스코.

매력적인 컬러는 물론 모든 면에서 돋보이는 요리가 바로 리소토 콘 피셀리(Risotto con Piselli), 아스파라지(Asparagi), 파네 토스타도 알레 에르베 에 보타르가 디 톤노(Pane Tostado Alle Erbe e Bottarga di Tonno)다. 반짝이는 양치류의 그린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 이 요리는 봄에 대한 예찬 그 자체다. 종종 신선함을 잃어 맛이 느껴지지 않는 콩 혹은 아스파라거스 리소토와 이 요리가 다른 점은 바로 두 채소 모두 강렬함과 신선함으로 각각의 풍미를 어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구운 검은 빵 부스러기까지 가미해 더욱 흥미로운 식감을 선사한다. 쌀도 보통 리소토에 사용하는 아르보리오(Arborio) 종보다 훨씬 정제된 세미피노(Semifino) 플랫 종인 비아로네 나노(Vialone Nano)를 사용한다. 이 종은 만투아(Mantua)와 베로나(Verona) 외곽 근처에서 재배한다. 

산티니 가족은 채소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미스티칸자 델로르토 콘 오라타 마리나타(Misticanza Dell’orto con Orata Marinata), 무스 디 멜란자네(Mousse di Melanzane), 부라타 에 마이오네제 알로 젠제로(Burrata e Maionese Allo Zenzero)는 조반니가 만든 메뉴 중 하나다. 플레이트에 완벽한 알덴테 상태의 ‘P’ 자 형태 당근 스트립을 수직으로 놓았다. 그리고 생 감성돔과 다른 알덴테 채소, 가지 무스와 부라타로 그 구멍을 채우고, 생강 마요네즈를 곁들였다. 위대한 셰프는 플레이트 위 텍스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조반니 역시 훌륭한 텍스처를 보여준다.   

또 하나의 시그너처 요리는 프렌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테리나 디 아스티체 콘 카비알레 오스치에트라 로얄 에 올리오 엑스트라 버지네 토스카노(Terrina di Astice con Caviale Oscietra Royal e Olio Extra Vergine Toscano)다. 왜 이런 테린 요리가 세계 유명 레스토랑에서 사라졌을까? 아마도 상당한 노동이 필요한 요리일 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매우 까다로운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푸짐한 테린 조각은 약간의 랍스터 젤리로 고정한, 반투명해질 때까지 조리한 랍스터를 넉넉하게 담고 있다. 요리에서 너무 튀지 않으면서 은근한 양념 역할을 하는 풍성한 캐비아는 짠맛이 랍스터의 달콤함을 극대화하며 완벽한 균형감을 유지한다.  

재료 선택에 프렌치 스타일을 반영한 또 다른 요리로는 코스체테 디 라나 그라티나테 알레 에르베 피니(Coscette di Rana Gratinate Alle Erbe Fini)를 들 수 있다. 개구리 다리에서 프랑스 느낌을 풍길지 모르겠지만, 요리만큼은 철저히 이탈리아 스타일이다. 매우 부드러운 다리와 함께 곁들이는 라디키오(radicchio), 발사믹, 치즈가 이탈리아 스타일임을 분명히 말해준다.

 미스티칸자 델로르토 콘 오라타 마리나타, 무스 디 멜란자네, 부라타 에 마이오네제 알로 젠제로. 

미스티칸자 델로르토 콘 오라타 마리나타, 무스 디 멜란자네, 부라타 에 마이오네제 알로 젠제로. 

 카펠로 다 프레테 디 만조 알 네비올로 에 폴렌타 지알라 디 스토로. 

카펠로 다 프레테 디 만조 알 네비올로 에 폴렌타 지알라 디 스토로. 

달 페스카토레는 그 지역 외에는 거의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지역 특산 요리를 선보인다.

프리미 피아티(Primi Piatti) 셀렉션에는 표면을 살짝 태운 푸아 그라 요리인 푸아 그라 도카 인 파델라 콘 프루토 델라 파시오네 에 비노 파시토(Foie Gras d’oca in Padella con Frutto della Passione e Vino Passito)가 포함되어 있다. 살짝 신맛이 나는 달콤한 과일을 매치한 푸아 그라는 전 세계 파인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다. 하지만 산티니 가족은 자신들의 것을 차별화하기 위해 약간의 재해석을 가미했다. 첫째, 그들은 거위 푸아 그라를 서빙한다. 거의 예외없이 다른 곳에서 서빙하는 표면을 태우는 푸아 그라 요리의 재료는 오리다. 차가운 테린 형태로 서빙하기는 하지만, 이것을 거위 푸아 그라를 장기로 하는 해베를랭과의 끈끈한 우정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패션 프루츠(passion fruit) 소스의 베이스가 되는 것이 베로나에서 가장 가까운 베네토(Veneto) 부근의 달콤한 와인 파시토 베네토 I 카피텔리(Passito Veneto I Capitelli)다. 그것이 말린 살구, 꿀, 망고, 파파야 등의 향을 더해 소스에 훨씬 더 이국적인 느낌을 불어넣는다. 당연히 이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알베르토가 서빙하는 동일한 와인이다.  

이탈리아 전통을 지켜나가는 달 페스카토레에 대한 이야기를 알베르토와 나누는 동안 그가 힘주어 강조한 세콘디 피아티(Secondi Piatti)가 나왔다. 첫 번째는 카펠로 다 프레테 만조 알 네비올로 에 폴렌타 지알라 디 스토로(Cappello da Prete di Manzo al Nebbiolo e Polenta Gialla di Storo)였다. 이 메뉴는 다양한 측면에서 봤을 때 확실히 장르를 초월하는 슬로-쿡 비프 & 폴렌타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소고기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소고기를 발골하기 때문에 만투아 정육점에서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어깨 부분에서 잘라낸 이 특별한 부위를 제공한다. 끈기를 가지고 저온에서 천천히 조리하고 땅의 맛이 나는 네비올로 와인으로 풍미를 더한 진한 소고기 소스와 함께 재워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천상의 맛 그 자체다. 어깨 부위의 콜라겐이 오랜 시간 동안 고기 안으로 녹아들어 다른 차원의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극도로 섬세한 고기가 트렌티노(Trentino)의 매우 뛰어난 스토로 폴렌타(Storo Polenta)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그가 강조한 두 번째 요리는 장어 요리인 안귈라 알라 그리글리아(Anguilla Alla Griglia), 세르비타 콘 라디치오(Servita con Radicchio)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산티니 가족은 그들만의 노하우로 탄력 있는 장어의 식감과 수분을 보존하면서 고귀한 약초 껍질로 구워낸다. 

알베르토가 추천하는 전통 요리 외에 셀라 디 카프리올로 콘 살사 알 카베르네 에 미르틸리 네리(Sella di Capriolo con Salsa al Cabernet e Mirtilli Neri) 등 다른 인상적인 메뉴도 주목해야 한다. 카베르네/블루베리 소스를 곁들여 완벽하게 요리한 희소한 사슴 고기는 클래식의 정점을 보여준다.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위치에도 달 페스카토레만의 특별한 매력 덕분에 매일 점심과 저녁 테이블이 가득 찬다.

디저트 메뉴에서 단연 돋보이는 클래식한 자바이오네(Zabaione)를 만난 순간 짜릿함을 느꼈다. 메링가 콘 무스 디 피스타치오(Meringa con Mousse di Pistacchio), 만도를레 에 자바이오네 알 마르살라(Mandorle e Zabaione al Marsala)가 그 주인공이었다. 보통 자바이오네는 가볍게 만든다는 이유로 휘핑크림과 희석시키곤 한다. 안타깝게도 이 때문에 고유의 풍성함이 사라져버리곤 한다. 산티니 가족은 이 점을 감안해 머랭, 아몬드, 초콜릿을 올린 피스타치오 무스를 곁들인 자바이오네를 선보인다. 

자바이오네는 케이크 디저트 토르타 디 아마레티(Torta di Amaretti, 커피, 판나, 크로칸테, 자바이오네)로도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재료들을 겹겹이 쌓은 이 디저트는 이탈리아의 마르졸렌(Marjolaine) 케이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두 바삭바삭한 아몬드를 얹은 크림 무스, 자바이오네, 아마레티 층으로 이루어졌다. 

퐁덴테 알 치오콜라토 구아나야 콘 크럼블 크로칸테 알 카카오(Fondente al Cioccolato Guanaya con Crumble Croccante al Cacao), 페레 알 프로푸모 다란치아 에 젤라토 알라 바니글리아(Pere al Profumo d’arancia e Gelato alla Vaniglia)와 함께 당연히 초콜릿도 제공한다. 이탈리아 스타일로 만든 적당히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와 무스에 배 무스, 바닐라 젤라토를 매치한다. 그야말로 클래식하면서도 완벽한 조합이다. 

달 페스카토레를 묘사하는 최고의 찬사보다 이 사실을 기억해보자. 매력적인 요리, 따뜻하게 환대하는 산티니 가족의 후한 인심이 없었다면 거의 자급자족해야 할 정도로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위치 때문에 이 레스토랑은 아마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달 페스카토레만의 특별한 매력 덕분에 이곳까지 이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머나먼 여정에도 점심과 저녁 테이블은 항상 가득 찬다. 

마체로니 디 아나나스, 크레마 알라 바니글리아, 프라골리네 디 보스코 에 살사 디 람포니. 

마체로니 디 아나나스, 크레마 알라 바니글리아, 프라골리네 디 보스코 에 살사 디 람포니. 

챕터 06

가야 와인

디테일의 중요성을 아는 가야(Gaja) 가문에서 선보이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s)와 바롤로(Barolos)는 덕분에 네비올로(Nebbiolo)를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대표 와인이 되었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가야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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