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3
상어의 본능과 생명의 신비를 포착하다.
나는 종종 이런 공상에 빠지곤 한다. 마치 식물학자가 숲을 드나들듯, 산악인이 산을 오르듯 산소 부족이나 감압 걱정 없이 다이빙을 하는 상상이다. 인공호흡 장비 없이, 또 시간 제한 때문에 물 위로 돌아갈 필요 없이 야생의 바다를 활보하며 그곳에 흠뻑 빠져드는 것이다. 나는 자유롭고 단순하게, 그리고 아무런 제약 없이 바다를 향한 열정을 펼치고 싶다. 마치 영화를 찍듯 아무렇지도 않게 상어가 득실거리는 골짜기를 계속해서 활보하고, 그곳의 미스터리를 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우리는 파카라바 아톨(Fakarava Atoll) 남쪽으로 돌아왔다. 이번이 네 번째 연속 원정이다. 2014년 첫 원정 때는 20m 수심에서 24시간 동안 잠수했다. 나는 단호한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 흥분을 억누르고 있었다. 너무 빨리 지쳐버려 미션이 중단되지는 않을지 두려웠다. 보유한 헬륨 중 87%가 필요한 6시간의 감압 과정을 거쳐야 했다. 첫 순간의 스트레스가 내가 그곳에 있는 것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조차 잊게 했다. 그곳은 그 순간만큼이나 독특한 장소였다. 그루퍼(grouper) 수천 마리가 모여들고 상어 수백 마리가 무리지어 그들을 기다리는 바닷속에 어스름이 찾아온다. 내가 그들 사이에 있다니, 그들을 하루 종일 지켜볼 수 있다니, 운이 정말 좋았다.
첫 원정에서 우리는 매일 써 내려간 기록 중 처음으로 의미 있는 숫자를 얻어냈다. 그루퍼 1만 8000마리와 상어 700마리. 이제까지 알려진 이 두 종과 관련된 숫자 중 가장 크다. 우리는 이 두 종의 개체 수에 관련된 자료를 비교하기 위해 여정마다 기록을 남겼다.
매해 그루퍼들은 홀로 지내다가 오직 이때만 수천 마리가 함께 서식하는 양상을 보인다. 며칠 후 상어에게서 겨우 탈출한 그루퍼들이 동시에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몇십 시간 동안 물속에서 기다린 우리는 본능적으로 마침내 산란을 하는 정확한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실패를 맛보았다. 매번 너무 늦게 도착해 혜성의 꼬리, 즉 결정적인 순간을 놓쳤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마침내 준비를 모두 마쳤고, 제시간에 도착했다.
우리는 매일 밤 잠수를 한다. 시간이 흐르자 상어들은 우리가 ‘벽(walls)’이라 부르는 3개의 그룹을 형성했다. 중심 해류 끝 쪽 정확한 위치에 이 벽이 형성된다. 마치 새들이 그렇듯 상어가 이동하는 동안 V 대형에서 상어 한 마리가 자리를 이탈하면 그 자리는 바로 대체된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들은 물기둥을 떠나 수로 아래쪽을 순찰한다. 2014년 우리는 그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한순간 한 무리가 먹잇감에 달려들고, 곧바로 산호초가 산산조각 난다.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에 그것을 지켜보던 일행은 놀라운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쇼는 때로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스트레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 눈은 기대감에 차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해가 지나고 잠수를 할수록 본능적으로 상어들에게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처럼 거친 경쟁 가운데에서 우리는 목표물이 아닌 장애물일 뿐이다. 이러한 생각에 고무된 우리는 그들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첫해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시도까지 했는데, 그 무리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야닉(Yannick)은 상어 무리 아래에 있다. 그들의 활동은 어느 정도까지 계획되거나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걸까? 그들이 함께 사냥을 할 때 어떤 순간부터 효율적이 되는 것일까? 분명히 한 무리를 형성하기에 이상적인 상어 수가 있다. 숫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먹잇감이 도망가버리고, 숫자가 너무 많으면 상어들이 먹이를 확보할 기회가 줄어든다. 무리를 지으면 강해지지만, 먹이를 나눌 수 없을 때는 그것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 자연도태의 법칙이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덕분에 상어들은 첨예한 개인주의와 무자비한 경쟁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우리 눈앞에서 힘 센 상어 700마리가 마치 턱이 700개인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무리에서 떨어져 있는 회색빛 상어 한 마리는 무척 서투르다. 그는 모두 동시에 행동하는 무리에서 도움을 얻는다. 상어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광란의 상태로 묘사해온 과거의 진부한 표현은 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년간의 관찰과 사진을 통해 우리는 오히려 그와는 반대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이제까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협동심, 조직성, 전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조수가 바뀌고 우리는 자정에 잠수를 마친다. 새벽 2시, 심지어 4시까지도 해수면이 높다. 세드릭(Cédric)이 다소 불안해한다. “상어가 서로를 무는 것처럼 우리를 물 수도 있어요. 마음먹고 무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한 부상을 입을 거예요.” 그가 순간 내뱉은 말은 경계 수준을 높이고 확신을 무너뜨린다. 우리가 결코 물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아직까지는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순간 멍이 생기는 일반적인 충격과는 완전히 다른 강렬한 충격이 가해진 후 따끔한 느낌이 전해졌다. 손을 허벅지 뒤쪽으로 가져가자 잠수복이 찢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가 흘러, 네 바늘을 꿰매야 했다. 상어가 문 것이었을까? 운 좋게도 카메라 두 대가 그 장면을 촬영했다. 내 피부에 상처를 낸 것은 상어가 아니라 커다란 검은쥐치의 날카로운 꼬리였다. 상어는 내 다리 뒤에서 입에 문 물고기를 격렬하게 흔들고 있었다. 상어가 우리를 물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유효했다.
우리는 야간 잠수를 계속 이어가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불빛이 밤 동안 이루어지는 상어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불빛은 분명히 그들을 유인한다. 아니면 더 나아가 포식 활동을 증가시킬까? 확실하지는 않다. 동일한 양의 빛으로는 포식 활동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포식의 양은 달의 주기에 따라 변한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밤의 시작과 끝 사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곳에서는 세상 모든 빛이 비춘다 해도 포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루퍼들은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 일찍 나는 비극적인 상처를 찍은 사진을 한데 모아 그들의 고통스러운 생존경쟁을 보여주고 싶어 야간 급습의 상처를 품은 생존자들을 그리곤 한다.
상처는 꽤 깊다. 찢긴 지느러미와 장애를 입은 몸. 하지만 그 무엇도 그들의 결심을 꺾지는 못한다. 흉터 중에는 몇 년이나 된 것도 있다. 그들의 복원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상처가 나든 회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턱뼈가 찢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그들에게 곧 이루어질 산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 물고기들은 운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본능의 노예인 것이다.
함께 모여 있는 동안 그루퍼들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싸우고, 앞으로 나아가고, 구애를 한다. 품고 있는 알 때문에 배가 부른 암컷들은 위장을 하고 있다. 반면 수컷은 위장을 포기했다. 그들은 진중한 그레이빛 비즈니스 슈트를 입고 있다. 그들은 희생하기로 결심 했고, 지금 이 순간 보상을 원한다. 수컷들이 암컷을 깨문다. 산란의 순간이 임박했다.
마침내 3주간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위기를 겪은 후 지친 암컷들은 강인한 수컷에게 이끌려 수직으로 뛰어오른다. 그러고는 두꺼운 알 덩어리를 뿜어내고, 수컷은 수정을 시킨다. 자신이 첫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갑자기 몇몇 기회주의자가 커플 주위에 모여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차례대로 자신의 정액을 뿜으며 침범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눈 깜짝할 새에 빠른 속도로 먼저 다다른 우세한 수컷의 모습은 오로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찰나의 우선권을 얻기 위해 3주간 전투를 벌이는 셈이다.
산란은 끝났지만 우리는 야간 잠수를 계속했다. 사냥이 너무 빨리 이루어져서 때로는 잠수 후 땅 위로 다시 올라온 다음 그들을 발견하곤 한다. 아침 일찍, 한밤중에 찍은 이미지를 보며 나는 마치 이제까지 경계 혹은 무지(때로는 둘 중 무엇인지 헷갈린다)로 발견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런 매력적인 사냥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조합하는 방식인 이미지 아치(Image Arch)를 개발했다. 바다를 날고 있는 우주선, 파카라바 바닷속을 묘사한 공상 과학 영화라고나 할까. 몇 달 후 이미지 아치는 우리 마음속에서 나와 현실이 되었다.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열정이 불가능에 길을 내주며 결국 완성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전례없는 꿈의 이미지를 제공하기만 하면 되었다.
지름 4m 사이즈의 이미지 아치는 일정한 간격으로 퍼져 있는 32개의 작은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이제까지 이러한 기법은 공상 과학 영화 혹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만 사용되었다. 매우 멋진 아이디어다. 이미지를 멈춘 후 그 장면을 회전시킨다. 반드시 32개의 카메라가 정확히 가리키는 곳에서 움직임을 포착해야 한다. 우리는 한창 사냥 중인 야생동물에게 그것을 사용할 수 있기를바랐다.
열흘이 지나자 안토닌(Antonin)과 티보(Tybo)는 익숙하게 아치를 조종하고 이미지를 더욱 촘촘하고 빠르게 배열하게 되었다. 정말로 공상 과학 영화 같다. 마술사가 시계를 멈추고 사물과 사람들이 동작을 멈춘 이 정지된 공간 속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곧 우리가 상어 무리에서 얻기를 원하는 결과물이다. 멋진 사냥 모습을 포착하자 잠수부들이 물 아래에서 소리쳤다. 나는 시간은 멈추지만 자유로운 움직임은 허용되는, 사진과 영화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과학 팀이 우리가 첫 원정 이후 촬영한 영상(1초에 1000개 이미지)을 분석했다. 그것을 보며 상어의 공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시각과 움직임 모두 중요하기는 하지만, 첫 번째로 상어를 유혹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소리다. 사방이 어두워지면 상어에게 숨겨졌던 특징이 드러난다. 입을 따라 분포된 감각세포인 로렌치니(Lorenzini) 기관 덕분에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전자기장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우리는 40마리의 상어를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그들의 활동과 움직이는 속도를 분석해 무리 지어 행하는 사냥 행태에 대해 좀 더 잘 알 게 되기를 바랐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모니터링이 1년 내내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미션 초반 우리 팀은 25개의 청각 수신기를 설치했다.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실제 상어를 포착하는 것뿐이다.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후크와 줄 낚시는 매우 격렬하다. 나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상어 꼬리 아래를 잡아 뒤집는 것이다. 이는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그렇게 하면 상어 몸이 강직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다. 바로 조금 전 사냥 하고 있던 흥분 상태의 상어가 다음 순간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40마리의 회색 상어를 조심스럽게 물 위로 데려가려고 했다. 연구원 요한(Johann)과 찰리(Charlie), 야니스(Yannis)가 상어 배 속에 작은 송신기를 삽입했다. 상처가 나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치유되는 상어에게는 경미한 수술이다.
상어들의 전략적인 포위, 그루퍼들의 애정 넘치는 곡예. 우리는 이를 담아낸 모든 이미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들조차 ‘거대한 바다의 비밀(Secrets of the Oceans)’의 일부분일 뿐이다.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리가 지구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심지어 지구의 부피 관점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을 따지자면 바다가 95%가량을차지할 것이다. 땅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지 않을 정도다. 우리처럼 아가미도 없는 불쌍한 영장류가 어떻게이 광활하고 깊은 바다에 대해 제대로 안다고 할수 있겠는가?
4년에 걸쳐 21주 동안 우리는 매일 밤낮으로 잠수를 했다.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모두 합치면 3000시간 정도 잠수했다. 나는 동료들도 그랬듯 이 반복적인 훈련을 사랑하고 즐거워했다. 다양한 곳에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내는 것이 모험의 진정한 정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찰은 현실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사진이 이를 더욱 쉬워지게 하고 있다. 사냥과 산란은 너무나 빨리 진행되어 눈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그것에 대해 이해하고 싶고 고찰하고 싶은 열정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밖에 없다. 4년간 네 번의 여정을 거치는 동안 8만 5000장의 사진을 찍었다.
선사시대 이래 길들지 않은 야생의 세계에 매료된 인간들은 그것을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전에는 원시인과 바위 그림을 통해서였다면, 지금은 잠수부와 고화질 사진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사진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에대한 감정적이면서도 멋진 찬사라 할 수도있을 것이다.
호기심은 물속에서 둔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날카로워진다. 오랜 시간 잠수할수록 생각이 더욱 많아지기 때문이다. 수천 시간 잠수했음에도 이를 통해 야생, 상어의 본능, 물고기의 충동 등 피상적인 것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바다에서 경험하는 잊을 수 없는 순간. 좀 더 알고 싶은 열망.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투아모투(Tuamotu)제도는 1,600km에 걸쳐 펼쳐진 환초(atoll) 76개로 이뤄져 있다. 그 환초들은 태평양 지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고대 화산이 만들어낸 유령은 살아 있다. 그것들은 겨우 정상만 보이는 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심해 잠수를 하다 보면 마치 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2017년 우리 배는 단계마다 몇 번이나 산을 오르며 정상에서 정상으로 이동했다.
누군가는 환초를 완벽하게 평평하고 겉은 붉은 단순한 산호 무리로, 또 누군가는 2,000m 높이의 뾰족한 바위에 정착한 살아 있는 산호섬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시선이 땅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물속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에 따라 산호 환초는 식물을 품은 섬이 될 수도, 혹은 섬을 품은 생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시각 모두 맞다.
한편으로는 산호초를 형성하는 아주 작은 산호 폴립의 고귀한 움직임이 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산호초를 파괴하는 바다의 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산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산호초는 다양성 없이 획일적이고 그 어떤 구조도 없이 부드러울 것이다.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생성된다면 이처럼 진귀하고 빛나는 생명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다 아래 120m, 우리가 탐험하고 있는 벽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렇게 깊숙한 곳에 이처럼 복잡한 형태의 산호가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2만 년 전 바다 수심이 120m 더 낮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우리가 여기에서 보고 있는 것은 바로파도와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되면서 무너진 고대 해안선의 잔재다. 저 아래 깊이내려가는 것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여행이기도 하다.
하얀빛이 어두운 벽을 따라 반짝이며 시선을 끈다. 표면 근처 암초의 침식이 100m 아래 모래 폭포를 만들어낸다. 작은 폭포가 천천히 수직으로 난 깊은 균열을 따라 흐른다. 고통스러운 산호가 환초의 뺨위에서 울고 있고, 모래 눈물이 저 깊이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울어졌든 꽉 찼든, 수로로 군집을 이끄는 것은 바로 달이다. 현지에서 ‘마니니(Manini)’라고 알려진 검은쥐치류 컨빅트 서전피시(Convict Surgeonfish)는 그루퍼와 달리 2주마다 짝짓기를 하기 위해 모여든다. 해가 지기 전 그들은 패스 인디언(Pass Indian) 가장자리에 올라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장소는 달라지고, 물고기 개체 수 역시 변한다. 그루퍼들이 모이는 데는 3주가 소요되었지만, 딱히 방어할 영토나 암컷이 없는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몇 미터 물 아래에 있고, 그루퍼들과 그랬던 것처럼 위대한 순간이 연출되길 기다린다. 그들은 힘을 합쳐 작게 무리를 지어 표면으로 올라가 산란한다. 상어들이 이를 노리지만, 허탕을 친다. 물 아래쪽은 마치 작은 구름이 증발하듯 매우 빠른 속도로 뿌얘진다. 약 20분 후 마니니가 선회하며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