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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챕터 8

지중해, 바다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

“화산의 파괴적인 힘보다 경이로운 것은 바로 해양 생태계의 재생 능력입니다.”

챕터 저자

로랑 발레스타

챕터 저자

로랑 발레스타
지중해, 바다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
지중해, 바다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
매거진 22 챕터 8

우리는 심해 다이빙을 위해 ‘200개의 화산 계곡’ 이라 불리는 특별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밤도, 바다도 아름답습니다. 봄이 일찍 찾아 왔는데도불구하고공기가아직차다는건머 지않아 날씨가 더워진다는 징조입니다. 그도 그럴것이바다의계절변화는항상한박자 느립니다.물은쉴새없이흐르지만수온은 느리게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 때문입니다. 빅토리아호는 남쪽으로 천천히 전진하는 중 입니다. 지금은 내가 키를 잡고 있습니다. 선 장에게 도움이 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입니 다.미션을시작한딥다이버는길고힘든잠 수를대비해밤사이충분한수면을취해야하 므로 불침번에서 제외됩니다.

선교를가득채운신식장비와자동조타장 치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지만, 저 멀리 수평선에서 반짝이는 조그만 불빛을 길 잡이삼던옛항해방식을어찌거부할수있 을까요? 지중해의 등대라고 불리는 이 불빛 은 인간이 아닌 지구의 혈기왕성한 에너지 활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칠리아 북부 에올리에(Eolie) 제도에 속한 스트롬볼리 (Stromboli) 화산섬의 분화구입니다. 먼 거 리에서는보기힘들지만,수천년동안그불 씨는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화산학자 프란체스 코 이탈리아노(Francesco Italiano)를 만날예정입니다. 프란체스코는 심해 화산 활동의 흔적을 발견한 장본인으로, 나의 친구이자 다 이버인 로베르토 리날디(Roberto Rinaldi) 에게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곳을 잠수해 내려 간 로베르토가 나에게 들려준 멋진 모험담은 이 프로젝트의 발단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 년동안현지과학자들의연구에도움이될 만한 탐사를 준비했습니다. 나는 그저 ‘가서 보기’ 위한 목적으로 어딘가를 방문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비 밀의문을몇개열어보았으면합니다.덤으 로멋진사진을찍게된다면더욱알찬여행 이 될 것입니다. 지구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 만, 미스터리는 더욱 매력적입니다.

우리는 팬데믹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G7 정상회의는화상으로개최되었고,모두가백 신만개발되면세계경제가활력을되찾을거 라고 자신합니다. 인류 전체를 마비시킨 작은 바이러스로부터배울수있는다른교훈은없 다는 듯, 다른 말은 없습니다. 각국 정상들은 화면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우리는 관광객이 없는 지중해의 하늘 아래 바다에 있습니다. 나흘 간의 항해를 뒤로하고 로베르토를 태우 기 위해 들린 나폴리에서는 요트나 여객선, 유람선을단한척도보지못했습니다.카프 리의 높은 절벽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다가 고기잡이배를만나는것도호사로여겨질정도 이니,먼과거로시간여행을온듯한느낌이 듭니다.석회암으로형성된이섬의주변풍 경은아무도방문하지않는수백년전의모 습을 연상시킵니다.

빅토리아호가 에올리에 제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이자 규칙적인 주기로 분화하는 스트롬볼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용암, 화재운, 쓰나미 위협이 늘 도사리고 있는 산허리에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빅토리아호가 에올리에 제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이자 규칙적인 주기로 분화하는 스트롬볼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용암, 화재운, 쓰나미 위협이 늘 도사리고 있는 산허리에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항해를 시작합니다. 나중에 돌아 오게 될 스트롬볼리섬의 불빛을 지나 파나레 아(Panarea)섬에 도착합니다. 웅웅대는 소리 는 이 섬이 휴화산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 다. 표면에서 부글거리는 소용돌이에서 유황 냄새를 풍깁니다. 근처에 닻을 내린 후, 얕지 만 산성화된 물속으로 첫 다이빙을 시작합니 다. 비가 내리는 표면을 연상시키는 거품이 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부식성이 매우 강한 이 소용돌이를 세척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그 들은거품물위에배를세운뒤선체를세척 했습니다. 항해 속도를 늦추던 조류와 나무 판자를갉아먹는벌레같은해충의공격을받 은 선박을 산성 가스에 노출시켜 제거했습니 다. 산성화 현상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은 여전합니다. 인근에서는 석회질 생물인 조 개나 산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주의한 바다벌레 한 마리가 거품 가까이에 접근하는 자살 행각을 벌였는데, 벌써 석회질 껍질이 천천히 녹고 있습니다. 포시도니아 해초 (Posidonia oceanica)도 잎이 타 하얗게 변 해버렸습니다. 이산화탄소와 유황을 좋아하 는 혐기성 박테리아만이 이 환경을 누릴 뿐입 니다. 이 박테리아들이 바위벽을 따라 완벽하 게 만들어 낸 하얗고 두꺼운 밭이 산성화된 바닷물과 함께 출렁입니다. 톡 쏘는 바다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빅토리아호로 돌아온 우리 의 볼과 입술은 트고 갈라져 있었습니다. 다이빙 슈트 탭의 크롬마저 산화되고 말았습 니다.

수면바로아래에서이루어진첫잠수는장비 테스트를 위한 과정이었으므로, 별다른 걱정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우리는 심해 다이빙을 위해 ‘200개의 화산 계곡(The Valley of 200 Volcanoes)’이라는 특별한 장 소에 도착했습니다. 프란체스코 이탈리아노 가지도제작캠페인당시발견한곳입니다. 10여년전그의측면주사음탐기화면에길 이100m,폭15m크기의함몰지형을따라 모여 있는 얇고 높은 굴뚝들이 나타났습니다. 파나레아와 스트롬볼리 화산 사이에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선이 그려져 있고, 정상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멀리서 보입니다.

바닥에 닿자 수심계가 78m를 가리키지만, 3000m 아래의 대서양 해령을 보는 듯한 풍 경입니다. 해저 세계가 과도한 활동으로 질식 상태에빠진것처럼왠지모를이상한느낌이 드는 으스스한 곳입니다. 연기가 솟아오르고둔탁한소리가나는가하면액체도뿜어져나 옵니다. 철을 함유한 물질들이 심해의 차가운 물과 만나 결정화가 일어나면서 얇은 굴뚝이 형성된것인데,그위로가스와뜨거운물이 분출됩니다. 주위는 화성처럼 온통 붉고 노란 황토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굴뚝 하나가 만들어지는 동안 다른 하나는 소멸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 굴뚝은 이미 무너지고 있습니 다. 한없이 위태롭게 보이는 환경입니다. 하 지만해저세상은결국모두연약하면서도견 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숲을 이루는 이 굴뚝들의 붉은 경사면은 작은 선구 해조류인 우도테아(udotea)로 뒤덮인 채 푸른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지문처럼 생긴 납작벌레한마리가이파리사이를몰래미끄 러져 들어갑니다. 열수분출공의 꼭대기까지 모험을 하다니 꽤 대담합니다.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산성수에서 산화철 위를 무슨 이유로 걷는 건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위: 파나레아섬 인근의 바닷속에는 산성 거 품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옵니다. 유황이 함유된 산도 높은 물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습니다. 오직 혐기성 박테리아만이 번성 하는 곳입니다. 이 박테리아들이 바위벽을 따라 만들어 낸 하얀 밭이 거품에 밀려 출 렁입니다.

위: 파나레아섬 인근의 바닷속에는 산성 거 품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옵니다. 유황이 함유된 산도 높은 물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습니다. 오직 혐기성 박테리아만이 번성 하는 곳입니다. 이 박테리아들이 바위벽을 따라 만들어 낸 하얀 밭이 거품에 밀려 출 렁입니다.

오른쪽 페이지: 파나레아섬의 천연 거품은 극도로 부식성이 강합니다. 수면에서 고작 몇 미터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이 소용돌이 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고 대 로마인들은 산성 가스가 함유된 거품물 위에 배를 세운 뒤 선체를 세척했습니다. 항 해 속도를 늦추던 조류와 나무 판자를 갉아 먹는 벌레 같은 해충의 공격을 받은 선박을 산성 가스에 노출시켜 제거했습니다.

오른쪽 페이지: 파나레아섬의 천연 거품은 극도로 부식성이 강합니다. 수면에서 고작 몇 미터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이 소용돌이 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고 대 로마인들은 산성 가스가 함유된 거품물 위에 배를 세운 뒤 선체를 세척했습니다. 항 해 속도를 늦추던 조류와 나무 판자를 갉아 먹는 벌레 같은 해충의 공격을 받은 선박을 산성 가스에 노출시켜 제거했습니다.

수심 80m에 위치한 ‘200개의 화산 계 곡’은 2006년 멀티빔 사운더 캠페인 당 시 이곳을 발견한 화산학자들이 붙인 이 름입니다. 이곳에는 뜨거운 물, 이산화 탄소 거품, 유황 가스를 뿜어내는 열수 분출공들이 있는데, 파나레아와 스트롬 볼리 화산 사이에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선을 그립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닌, 두 섬을 잇 는 단층선의 발산 작용으로 인해 발생했 다고 추정합니다.

수심 80m에 위치한 ‘200개의 화산 계 곡’은 2006년 멀티빔 사운더 캠페인 당 시 이곳을 발견한 화산학자들이 붙인 이 름입니다. 이곳에는 뜨거운 물, 이산화 탄소 거품, 유황 가스를 뿜어내는 열수 분출공들이 있는데, 파나레아와 스트롬 볼리 화산 사이에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선을 그립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닌, 두 섬을 잇 는 단층선의 발산 작용으로 인해 발생했 다고 추정합니다.

절지동물의 일종인 바다거미도 이 열악한 환 경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기다란 다리 가몸통쪽으로모여있어서알아보기힘들 정도로 작습니다. 몸집이 너무나도 작아 소화 관의일부가복부대신다리안에있습니다. 잠망경처럼생긴네개의눈이달린콩알만한 머리는 이 생명체의 기적적인 존재에 일관성 을 부여하는 듯합니다.

이제 감상은 멈추고 관찰을 시작할 때입니다. 남은 시간은 프란체스코가 요청한 과학 탐사 작업에 쓰였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각 굴뚝의 분화구에 온도계를 삽입해 차례로 뜨거운 물 과 가스 표본을 채취하는 것입니다. 총 200개 의굴뚝중약20개만작업할계획입니다.잠 수한지이미한시간이지났고,감압에세시 간을 써야 합니다. 표본도 감압이 필요합니 다.상승할때시험관에가해지는수압은감 소하는데 비해 수심 80m에서 채취한 가스의 압력은높기때문에시험관유리가깨지지않 도록 10m마다 안전하게 감압을 해야 합니다. 프란체스코 이탈리아노가 이 표본들을 분석 해세가지주요화산사이의직접적인연관 성을 밝히면 스트롬볼리, 파나레아, 에트나 화산이모두하나의거대한마그마챔버와이 어져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빅토리아호는 항해를 계속합니다. 200개의 화산 계곡의 경계를 따라 거대한 스트롬볼리 화산의 기슭에 다다랐습니다. 해발 900m 정 상에서 폭발로 인한 굉음이 규칙적으로 울리 고붉은빛깔의용암이흐릅니다.우리는마 을바로아래의섬에내립니다.단독으로바 다를 항해하는 특권에 이어, 지난 2년간 사람 의발길이닿지않은정상을오르는특별한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분화구 가까이에서 폭 발이일어날때마다형태가바뀌며,그누구 도발을디딘적이없다고가이드는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연기가 자욱한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합니다. 포도나무,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가 듬성듬 성자라나꽤푸른색을띠는경사지에마을이 들어서 있고, 반대쪽의 경사지는 황폐합니다. 이곳은 아랍어로 ‘불의 길’을 뜻하는 시아라 (Sciara)입니다. 검은 광물질로 뒤덮인 수직 통로를통해용암이흐르고재가쏟아지며돌 덩어리가 굴러 떨어집니다. 길 위를 지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이 활동이 바닷속에서도 반복적으로일어나는모습을쉽게상상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저 세계는 육지 세계보다 강합니다. 나는 산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어떻 게 생태계가 매번 복원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곰베싸팀의 다이버 안토낭 길베르 (Antonin Guilbert)와 티보 로비 (Thibault Rauby)가 ‘200개의 화산 계곡’의 굴뚝에서 가스와 해수 표본을 채취하고 있습니다. 수심 80m에서 다 이버들에게 주어지는 작업 시간은 단
한 시간이며, 상승에는 필수 감압 정지 로 인해 세 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굴 뚝이 적황색을 띠는 이유는 산화철과 심 해의 차가운 물이 만나 일어나는 결정화 현상 때문입니다.

곰베싸팀의 다이버 안토낭 길베르 (Antonin Guilbert)와 티보 로비 (Thibault Rauby)가 ‘200개의 화산 계곡’의 굴뚝에서 가스와 해수 표본을 채취하고 있습니다. 수심 80m에서 다 이버들에게 주어지는 작업 시간은 단
한 시간이며, 상승에는 필수 감압 정지 로 인해 세 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굴 뚝이 적황색을 띠는 이유는 산화철과 심 해의 차가운 물이 만나 일어나는 결정화 현상 때문입니다.

왼쪽: 빨간 촉수가 달린 바다달팽이 (Diaphorodoris papillata)가 용암 류가 분출하고 생긴 사막이나 쌓인 지 얼마되지 않은 화산진 위를 배회합니다. 검은 바위 위에는 선구적인 무척추동물 인 태형동물(Bryozoa)이 군체를 이루 고 있습니다. 아마 이 바다달팽이는 첫 번째 먹이가 될 것입니다.

왼쪽: 빨간 촉수가 달린 바다달팽이 (Diaphorodoris papillata)가 용암 류가 분출하고 생긴 사막이나 쌓인 지 얼마되지 않은 화산진 위를 배회합니다. 검은 바위 위에는 선구적인 무척추동물 인 태형동물(Bryozoa)이 군체를 이루 고 있습니다. 아마 이 바다달팽이는 첫 번째 먹이가 될 것입니다.

지중해, 바다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
지중해, 바다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
위: 수심 80m의 얇은 굴뚝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가 뿜 어져 나옵니다. 굴뚝 하나가 만들어지는 동안 다른 하 나는 소멸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 굴뚝은 이미 무너지 고 있습니다. 한없이 위태롭게 보이는 환경입니다. 하 지만 해저 세상은 결국 모두 연약하면서도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지동물의 일종으로 이곳에서 발견 된 희귀한 바다거미는 몸통이 너무 작아 대부분의 장 기가 다리 안에 있습니다. 작은 숲을 이루는 굴뚝들의 붉은 경사면은 작은 선구해조류인 우도테아(udotea) 로 뒤덮인 채 푸른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지문처럼 생긴 납작벌레 한 마리가 이파리 사이를 몰 래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열수분출공의 꼭대기까지 모 험을 하다니 꽤 대담합니다.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산 성수에서 산화철 위를 무슨 이유로 걷는 건지 상상하 기 어렵습니다!

위: 수심 80m의 얇은 굴뚝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가 뿜 어져 나옵니다. 굴뚝 하나가 만들어지는 동안 다른 하 나는 소멸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 굴뚝은 이미 무너지 고 있습니다. 한없이 위태롭게 보이는 환경입니다. 하 지만 해저 세상은 결국 모두 연약하면서도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지동물의 일종으로 이곳에서 발견 된 희귀한 바다거미는 몸통이 너무 작아 대부분의 장 기가 다리 안에 있습니다. 작은 숲을 이루는 굴뚝들의 붉은 경사면은 작은 선구해조류인 우도테아(udotea) 로 뒤덮인 채 푸른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지문처럼 생긴 납작벌레 한 마리가 이파리 사이를 몰 래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열수분출공의 꼭대기까지 모 험을 하다니 꽤 대담합니다.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산 성수에서 산화철 위를 무슨 이유로 걷는 건지 상상하 기 어렵습니다!

가장 최근의 활동은 4년 전이었는데, 지진으 로 인해 수심 1500m에서 해발 400m에 이르 는 스트롬볼리섬의 거대한 일부가 떨어져 나 가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로베르 토는30년도전에그곳을잠수해내려간적 이있습니다.그는바늘처럼꼿꼿이서있던 40m 높이의 뾰족한 화산암 봉우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해양생물로뒤덮여있던그장 엄한 천연 조각상은 연이은 재앙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요?

이곳은다이빙조건도좋지않은데다가시아 라아래에배를정박하는것도금지돼있습니 다. 언제든지 폭발 가능성이 있으며, 경사면 을 따라 내려오는 용암이 500°C의 고온으로 모든것을태워버릴수있기때문입니다.보 트는‘불의길’을탈출할만큼빠르지도않습 니다. 그런데 수중에서는 역설적으로 유독 가 스에질식할가능성이없기때문에덜위험합 니다. 우리는 해안가에 가까우면서도 시아라 로부터멀리떨어진곳에배를세우기로결정 했습니다. 이는 다이빙 지점에서 꽤 거리가 있어 해안을 따라 수면 바로 아래를 약 2km 정도 헤엄쳐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아라의 통로 중앙에 도착하면, 그때 본격적인 하강을 시작합니다. 추진 장치를 사용해 티핑 포인트 까지 약 30분에서 40분이 소요될 예정이며, 그후 1분이면 수심 80m까지 내려갈 수 있습 니다.

거리를 계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풍경이 급 작스럽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노란색 이파 리 사이사이에 생물들이 숨어사는 시스토세 이라(cystoseira) 해조 군락이 돌연 사라졌습 니다. 급격한 변화의 현장에는 검은 모래와 울퉁불퉁한 돌뿐입니다. 하강을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된 풍경이 펼쳐집니다. 30년 전에다이빙을한로베르토는매우당황한모 습입니다. 해저 풍경은 분화가 있을 때마다 새롭게 바뀌니,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오리 발에 건져 올려져 무연탄 먼지 사이로 나타난 아귀한마리를보지못했다면이곳을그저 황량한 불모지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바다 는 육지 세계보다 공허함을 좋아하지 않습니 다. 자세히 보니, ‘이끼 동물’로 알려진 작은 태형동물(Bryozoa) 군체가 이 구역을 개척했 다는것을관찰할수있었습니다.생명은재 앙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습니다. 유리병 모양의 무척추동물인 우렁쉥이들도 계속되 는폭발위협에맞서번식을위해노력하는 듯합니다.

곰베싸팀을 이끄는 삼동선 빅토리아호가 스트롬볼리섬 맞 은편에 닻을 내렸습니다. 그 뒤로 보이 는 풍경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아 랍어로 ‘불의 길’을 뜻하는 시아라와 용 암의 피해를 모면해 초목으로 뒤덮인 언 덕의 경계가 뚜렷합니다.

곰베싸팀을 이끄는 삼동선 빅토리아호가 스트롬볼리섬 맞 은편에 닻을 내렸습니다. 그 뒤로 보이 는 풍경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아 랍어로 ‘불의 길’을 뜻하는 시아라와 용 암의 피해를 모면해 초목으로 뒤덮인 언 덕의 경계가 뚜렷합니다.

오른쪽 페이지 아래: 다이버들의 앞에 가파른 절벽이 놓여 있습니다. 그들은 한 점의 의심도 없이 시아라 해저 통로 로 들어갈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해양 생물들의 정착을 방해하는 산사태가 주 기적으로 일어납니다.

오른쪽 페이지 아래: 다이버들의 앞에 가파른 절벽이 놓여 있습니다. 그들은 한 점의 의심도 없이 시아라 해저 통로 로 들어갈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해양 생물들의 정착을 방해하는 산사태가 주 기적으로 일어납니다.

실물 크기에 가까운 이 돔발상어(Scyliorhinus stellaris)는 길이가 20cm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빨처럼 법랑질과 상아질로 이루어진 방패 비늘 로 덮여 있는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물 크기에 가까운 이 돔발상어(Scyliorhinus stellaris)는 길이가 20cm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빨처럼 법랑질과 상아질로 이루어진 방패 비늘 로 덮여 있는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40m 높이의 이 암석은 손상되지 않고 견고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고스란히 보존되었기에 수중 생물들을 더 넉넉하게 품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불안정해 보이지만, 이러한 재생 작용이 부단히 이어지면 광물만으로 가득한 단조로운바위가언젠가다채로운빛깔의생 물들로 뒤덮이게 될 것입니다. 옆에 보이는 흰색의 고르곤 산호밭도 하마터면 자취도 없 이사라질뻔했는데,얼마전용암류에서쏟 아져나온검은모래속에반쯤파묻혀있습 니다. 20cm 길이의 어린 돔발상어가 주위를 맴돕니다. 앞날이 어찌될지 모르는 이 아기상 어야 말로 다시 태어난 생태계의 완벽한 상징 입니다.

지형을자세히파악하기위해며칠내내잠수 를 하고 측면주사음탐기를 통한 영상 기법까 지 활용한 끝에, 로베트로가 기억한 봉우리를 찾아냈습니다. 석화한 용암으로 이루어진 이 봉우리는 너무나 단단해서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간 수차례의 분화마저 견뎌냈습니다.

손상되지 않고 견고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40m 높이의 이 암석은 고스란히 보존되었기 에수중생물들을더넉넉하게품어주고있 습니다.우리는이용암탑의꼭대기에다다 랐습니다. 나는 동료들을 남겨두고 뒤돌아가 온전히보존된이거대한용암성당을잠시 감상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달리 이곳 의 동물들은 사라졌어도 우리의 성모, 스트롬 볼리만은 불타지 않았습니다.

문명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며칠 뒤 우리 배는 나폴리 인근에 이르렀습니다. 이곳, 바다와 화산 사이에 삼백만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나폴리 주민들은 서기 79년에 발생한 폼페이 의재앙이내일이라도다시일어날수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무사태평인 것인지 두 려움이 없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물과 불사이에꼼짝못하고붙들려있는베수비오 (Vesuvio) 화산의 인질 같은 처지를 받아들 인 듯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탈리아에 제법 친 구가 많은 로베르토의 친구 하나가 기이한 형 성물을 관찰하고 연구할 방법을 찾는다고 했 기 때문입니다. “바다 밑바닥에 구멍이 있다 면서요.” 자세한 사정은 모른 채 우리가 잠수 하는 것을 지켜본다고 몰려온 연구자들이 하 는 말입니다. 저마다 자기 분야의 표본과 자 료를 수집하려는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화 산학자와 지질학자는 암석 조각이나 침전물 을, 해양학자는 온도와 산도, 해류와 광도 기 록을, 그리고 생물학자의 경우, 만약 생물이 존재한다면 그 표본을 얻기를 원합니다.

왼쪽 페이지: 스트롬볼리섬의 해저 경사 면에 수심 20m에서 80m 사이에 솟아 있는 이 거대한 화산암 봉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발생한 아찔한 폭발로 형성되 었습니다. 석화한 용암으로 이루어진 이 봉우리는 너무나 단단해서 해발 900m 의 주 분화구에서 일어난 폭발마저 견뎌 냈을 정도입니다. 주기적으로 용암류를 분출하고 대규모 산사태까지 야기하는 분화를 수차례 버틴 것입니다.

왼쪽 페이지: 스트롬볼리섬의 해저 경사 면에 수심 20m에서 80m 사이에 솟아 있는 이 거대한 화산암 봉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발생한 아찔한 폭발로 형성되 었습니다. 석화한 용암으로 이루어진 이 봉우리는 너무나 단단해서 해발 900m 의 주 분화구에서 일어난 폭발마저 견뎌 냈을 정도입니다. 주기적으로 용암류를 분출하고 대규모 산사태까지 야기하는 분화를 수차례 버틴 것입니다.

위를 올려다보자 여전히 작은 초록색 불빛이 보였습니다. 널찍한 통로 입구는 쥐구멍만큼이나 작게 느껴졌습니다.

이잠수작업이매력적이라고하면뻔한거짓 말일것입니다.차갑고흐린초록빛물은잠 수하고싶은마음을전혀들게하지않습니 다.바닥은평평하고진창인데다인근도시 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우리가있는곳은해안에서1마일남짓떨어 진 나폴리만입니다. 구경거리는 전혀 없지만 호기심을 채울 만한 요소는 있습니다. 사방 몇마일에이르는무르고평평한그바닥에 수직으로난암석동굴의입구가정말존재할 까요?그어떤장비로도동굴의깊이를밝혀 내지 못했다는데 말입니다. 어부들 사이에 내 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나폴리만 바닥에 그물 과 낚싯대와 통발을 삼켜버리는 커다란 ‘입’ 이 있다고 합니다. 물속에 무언가를 던지면 되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바로그이유때문에도착한지몇시 간도 안 돼서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전등을 비춰도한치앞도보이지않는짙은안개를 헤치며 목표 지점에 다가가려 했지만, 그럴수 록 우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낚싯대와 찢어진그물이 밀려오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입’의 가장자리에 이르렀습니다. 부드러운 진흙이 사라지고 시커먼 암석이 모습을 드러 냈습니다. 나는 우물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것같았습니다.물이너무흐려서주위가잘 보이지않았지만,곡률로미루어볼때직경 10m 이상에 달하는 거대한 우물 같았습니다. 검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자 수심계가 벌써 50m를 가리켰습니다. 완벽한 원통 구조였습 니다. 우리는 천천히 더 안쪽으로 들어갔고, 그때 처음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깥보다 물이 더 맑아진 것입이다. 그렇게 55, 60, 65, 70m까지 내려가면서 이 커다란 우물이 조만간 좁아져서 완전히 막히겠다 싶 더니, 정작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75m 지점에서 수직 통로가 끝나더니, 오히려 심연 같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너무 나도드넓은나머지플래시를비추자빛이벽 에닿기도전에어둠속으로사라져버렸습니 다.우리는계속해서80,85,90,96m까지쭉 내려갔습니다. 마침내 낚시도구들이 널려 있 는 바닥에 이르렀습니다. 위를 올려다보자 여전히 작은 초록색 불빛이 보였습니다. 널찍한 통로 입구는 쥐구멍만큼이나 작게 느껴졌습 니다.

96m에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향후6개월동안자리를지킬측정기 를 설치했습니다. 우리는 위에서 반짝이던 그 작은초록색불빛을향해돌아가는대신심연 의 벽을 찾아내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꽤 나괜찮은장비가있었습니다.추진기중하 나에 수중음파탐지기가 달려 있어 보이지 않 는것도찾아낼수있었습니다.이장치덕분 에 25m 거리에 벽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 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거대한 원형 챔버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입니다. 머릿속에 동굴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와인 카라프 유리병처럼 좁고 기다란 통로가 이어 지다가갑자기널찍한대야처럼넓게벌어진 형상이었습니다. 용암이 든 마그마 챔버였을 것으로추정되는이동굴의내부도언젠가붕 괴되면서 소규모 해일을 발생시켜 나폴리 해 변을 살짝 스치고 갈 것입니다.

오른쪽 페이지: 나폴리 해안에서 2km 떨어진 거리, 베수비오산 기슭에 연구 자들 사이에서 ‘나폴리의 블랙홀’이라 고 불리는 지형이 존재합니다. 곰베싸 팀의 다이버들은 마그마 쳄버로 추정되 는 이 공간에 대한 첫 탐사를 수행했습 니다. 수심 50m 지점의 진흙 해저면에 직경 12m 남짓한 입구가 나 있습니다. 구멍은 완벽한 원통처럼 수직으로 형성 돼 있지만, 75m 지점부터 통로가 넓어 지면서 더 이상 벽면을 찾을 수 없었습 니다. 거대한 와인 카라프 유리병 모양 을 한 이 수직 동굴을 계속해서 탐험한 끝에, 마침내 수심 96m의 바닥에 이르 렀습니다.

오른쪽 페이지: 나폴리 해안에서 2km 떨어진 거리, 베수비오산 기슭에 연구 자들 사이에서 ‘나폴리의 블랙홀’이라 고 불리는 지형이 존재합니다. 곰베싸 팀의 다이버들은 마그마 쳄버로 추정되 는 이 공간에 대한 첫 탐사를 수행했습 니다. 수심 50m 지점의 진흙 해저면에 직경 12m 남짓한 입구가 나 있습니다. 구멍은 완벽한 원통처럼 수직으로 형성 돼 있지만, 75m 지점부터 통로가 넓어 지면서 더 이상 벽면을 찾을 수 없었습 니다. 거대한 와인 카라프 유리병 모양 을 한 이 수직 동굴을 계속해서 탐험한 끝에, 마침내 수심 96m의 바닥에 이르 렀습니다.

나폴리만의 수직 동굴 벽면, 즉 오래전 마 그마 챔버였던 이곳은 작은 여과 섭식 무 척추동물로 뒤덮여 있고 간혹 긴 집게가 달린 갑각류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살아남 은 이들 생물 가운데, 20세기 말에야 지중 해의 또 다른 동굴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육식성 해면을 발견했습니다. 이름만 들으 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지만, 외관은 새 하얗고 작은 면봉과도 비슷해 그리 위험 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생물은 작은 갑각 류가 가까이 다가오면 갈고리로 낚아챈 뒤 먹잇감 주위로 해면 조직을 퍼트려 제 살 속으로 집어삼킵니다. 기습 공격도, 피 튀기는 싸움도 없습니다. 며칠에 걸쳐 한 생물이 다른 생물로 그저 서서히 동화되 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 개체는 과학계에 도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고, 현재 분류 중 입니다. 미지의 외래 생물은 의외로 가까 운 곳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에 다다르 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폴리만의 수직 동굴 벽면, 즉 오래전 마 그마 챔버였던 이곳은 작은 여과 섭식 무 척추동물로 뒤덮여 있고 간혹 긴 집게가 달린 갑각류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살아남 은 이들 생물 가운데, 20세기 말에야 지중 해의 또 다른 동굴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육식성 해면을 발견했습니다. 이름만 들으 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지만, 외관은 새 하얗고 작은 면봉과도 비슷해 그리 위험 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생물은 작은 갑각 류가 가까이 다가오면 갈고리로 낚아챈 뒤 먹잇감 주위로 해면 조직을 퍼트려 제 살 속으로 집어삼킵니다. 기습 공격도, 피 튀기는 싸움도 없습니다. 며칠에 걸쳐 한 생물이 다른 생물로 그저 서서히 동화되 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 개체는 과학계에 도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고, 현재 분류 중 입니다. 미지의 외래 생물은 의외로 가까 운 곳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에 다다르 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부에는 어느새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습니 다. 마침내 다다른 동굴 벽면은 작은 여과 섭 식 무척추동물들로 뒤덮여 있었고, 간혹 긴 집게가 달린 갑각류가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은 이들 생물 가운데 희귀종을 발견했습니다. 20세기 말에야 지중해의 또 다 른 동굴에서 서식한다고 알려진 육식성 해면 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지만, 외관은 새하얗고 작은 면봉과도 비 슷해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생물 은 작은 갑각류가 가까이 다가오면 갈고리로 낚아챈 뒤 먹잇감 주위로 해면 조직을 퍼트려 제 살 속으로 집어삼킵니다. 기습 공격도, 피 튀기는 싸움도 없습니다. 며칠에 걸쳐 한 생 물이 다른 생물로 그저 서서히 동화되는 과정 일 뿐입니다.

드디어 상승이 시작됩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입니다. 우리는 바다의 밑바닥을 넘어 한참 더 아래로 잠수했습니다. 다이빙의 한복판에 빠져들며, 심연 속의 심연을 파고든 것입니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던 그곳 을 우리는 며칠 동안 세 번이나 되돌아갔고, 그때마다 네 시간 넘게 물속에 있었습니다. 육식성 해면의 미세한 포식 행위를 관찰하려 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몇 달 뒤, 이 개체가 과학계에서도 새로운 종이 라 현재 분류 중이라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미지의 외래 생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 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층 더 매혹적인 발견 이었습니다.

지중해, 바다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

3주가 흐른 지금 빅토리아호는 이탈리아 남 부를 벌써 벗어나 북서쪽 코르시카섬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평선 위로 가끔 지나가 는고기잡이배이외에다른배는여전히보이 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대의 지중해를 항해하는 중이고, 솔직히 정말 즐거운 경험이 었습니다. 올해처럼 돌고래를 많이 본 적도 없습니다.어부친구들도수십년동안그렇 게그물이터지도록고기를잡아본적이없었 다고 합니다. 흔히들 자연이 연약하다지만, 오히려나는이번여정을통해이말에내포 된인간의오만한시선을느낄수있었습니 다.자연은연약하지않으며,사실그반대에 가깝습니다. 공격으로 상처를 입어도, 무시 받고짓밟혀도,자연은흔들리지않고꾹버 티며 때를 기다립니다. 문명을 휩쓸어간 화산 기슭에서 3주를 보내면서 인간이야 말로 얼 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무력 한 것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항생제와 수퍼마켓과 고속 연결망이 사라졌을 때 멸종 되고말존재는,뜀박질도잘못하고헤엄도제대로못치는우리인간입니다.지구가몇 번콜록거리기만해도인간은바람앞의등불 처럼 하찮은 존재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화산 의 가벼운 기침은 지구에게 아무것도 아니지 만, 인류에게는 폭발과 불타는 구름과 쓰나미 를 불러오는 종말입니다.

G7 정상회담은 세계 도처의 널찍한 호텔방에 서화상회의로할것이아니라,바로이활화 산기슭에서열려야합니다.저높은곳에서 있는각국지도자들이펄펄끓는용암류에휩 쓸려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들자신도모든인류와마찬가지로연약한존 재임을 알아차리고, 자연의 무시무시한 힘 앞 에서그들의권력이라는것은한낱미물에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위해서입니 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더 이상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않고,그참상도더이상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단언컨대 자연이 몸소 그전능한위력을발휘해인류가간과하는겸 손과 존중의 필요성을 일깨워줄 것입니다.

스트롬볼리 사면은 강력한 화산 폭발에 깎여 가파른 경사를 보입니 다. 가장 아찔한 지점에도 생명이 존재합 니다. 고르곤 산호가 이 일대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주위에는 물고기 떼가 헤엄을 칩니다. 언젠가 화산이 분출하여 또다시 모든 것이 파괴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생 태계입니다.

스트롬볼리 사면은 강력한 화산 폭발에 깎여 가파른 경사를 보입니 다. 가장 아찔한 지점에도 생명이 존재합 니다. 고르곤 산호가 이 일대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주위에는 물고기 떼가 헤엄을 칩니다. 언젠가 화산이 분출하여 또다시 모든 것이 파괴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생 태계입니다.

챕터 09

크리스토퍼 쿠탕소

미쉐린은 그에게 3스타를 선사했습니다. 쿠탕소 셰프는 자신을 ‘요리사이자 어부’라고 부릅니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크리스토퍼 쿠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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