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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이제는 다이버 워치의 아이콘이 된 피프티 패덤즈 밀스펙은 미 해군의 다이빙 워치로 채택된 바 있다. 블랑팡은 트리뷰트 시리즈를 통해 그 역사에 경의를 표한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매거진 18 챕터 1
특별한 수분 인디케이터를 갖춘 MIL-SPEC 1.

특별한 수분 인디케이터를 갖춘 MIL-SPEC 1.

블랑팡은 현대 다이빙 시계를 정의 내리는 고유의 원형을 창출했다. 그리고 그 공식은 오늘날 시계 업계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것은 기적에 가깝다. 우리 모두 는 한계 없는 창의성에서 비롯되는 무한한 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노동, 그리고 좌절을 안기는 실패에 뒤따르는 혁신은 때로는 쉽게 이룬 것 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블랑팡 피프티 패덤 즈(Fifty Fathoms)의 50년 이상 세월, 그리고 그 기능 들을 정의 내려온 영감의 원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 은 덫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것들은 다이빙 워치 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다 그런 것 아닌가요?»

그렇다. 현재는 다이빙 워치라는 장르를 정의 내리는 데 있어 거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징들이 있 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이 요소들이 시작부터 너 무나 명백했던 것은 아니다. 한 명의 선구자가 최초의 현대적인 다이빙 시계를 만들었고, 나머지들이 이를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개척한 선구자 가 바로 블랑팡이었다.

기존 피프티 패덤즈의 주요 기능에 수분 인디케이터를 추가로 탑재하여 2017년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새로운 블랑팡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Tribute to Fifty Fathoms MIL-SPEC)은 최초의 피프티 패덤즈 에서부터 미 해군을 위한 다이빙 워치로서 다이빙 역 사에서 대표적인 타임피스로 자리 잡은 MIL-SPEC 피 프티 패덤즈의 두 가지 버전에 이르기까지 피프티 패 덤즈의 진화를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스쿠버 다이빙이 시작되었다. 새 롭게 유행하기 시작한 분야가 흔히 그렇듯 장비가 열 정을 따라오지 못했다. 아마추어와 전문가(당시에는 군인)들은 물속, 그리고 그곳에서 필요한 조건들을 제 대로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피프티 패덤 즈는 이 두 그룹을 서로 연결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 을 했다. 아마추어는 당시 블랑팡 CEO였던 장-자크 피슈테르(Jean-Jacques Fiechter), 그리고 군인 전문가 는 당시 프랑스 해군 잠수 부대를 창설한 로베르 (“밥”) 말루비에르(Robert (“Bob”) Maloubier)와 클로드 리 포(Claude Riffaud) 대위였다. 프랑스 남부 클럽의 일 원이었던 피슈테르가 함께 한 다이빙 세계의 다이버 들은 시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잠수가 이 모든 생각을 바꿔 놓았다. 장-자크 피슈테르가 물속에서 시간을 측정해주는 시 계 없이 산소 탱크가 고갈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공 황 상태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이 아무런 부 상 없이 물 표면까지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산소가 희박한 상태에서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 알아야 했다. 물론 다행히도 그는 무사히 살아

장-자크 피슈테르가 오리지널 피프티 패덤즈를 만들었을 때, 선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남았다. 하지만 공포스러운 경험 후 그는 다이버를 위 한 타이밍 도구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 다. 블랑팡 워크숍으로 돌아온 피슈테르는 자신은 물 론 동료 다이버들이 잠수 시간을 안전하고, 쉽고, 정 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계를 디자인하는데 몰두하 기 시작했다. 특별한 가이드라인도 없었고, 전례도 없 었다. 대부분의 시계 개발은 초창기 워치메이킹 역사 에서 많은 영감을 가져온다. 하지만 피슈테르는 과거 워치메이커로부터의 그 어떤 가이드 없이 백지에서부 터 시작하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다이버 워 치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물론 방수 기 능은 필수다. 하지만 물속에서 어떻게 시계를 세팅해 야 할까? 다이빙 시간을 측정한다면 시작 시간은 어 떻게 표시해야 할까? 다이빙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 는 요소인 자성으로부터 시계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 까? 물속에서 시계를 읽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해야 가독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핸드 와인딩 이어야 할까, 셀프 와인딩이어야할까? 이에 대한 해 답을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 역시 관건이었다.

이는 프랑스 해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피슈테르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그보다 먼저 잠수 부대를 위한 타이밍 장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잠수 동안 산소가 떨어지는 경험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은 프랑스 시계 브랜드를 찾았고, LIP 는 다이빙 시계로 고안한 시계를 프랑스 해군에 제공 했다. 하지만 그 샘플은 너무 작았고, 물속에서 읽기 도 어려웠으며, 무엇보다도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 다. 말루비에르의 말을 빌자면 이 시계는 모두를 “죽 음으로 몰아넣기에 딱 좋았다”. 프랑스에서 접근을 시 도한 다른 시계 브랜드들은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 했다. 그리고 마침내 블랑팡의 피슈테르에게 연락을 취한다.

이 시점에서 전문가(군인)의 다이빙 세계와 아마추어 의 다이빙 세계가 조우했다. 수중 임무에 필요한 사양 에 대한 프랑스 잠수 부대의 생각, 그리고 피슈테르가 자신의 다이빙 경험에서 떠올린 세부 사항들이 모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평가를 위해 피프티 패덤즈 샘 플을 제공받은 프랑스 해군은 그 디자인에 잠수 부대 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피프티 패덤즈 샘플은 테스트에서 완벽하게 작 동했고, 프랑스 해군은 블랑팡 시계를 채택했다. 

블랑팡의 당시 CEO 장-자크 피슈 테르가 프랑스 남부에서 다이빙하는 모습.

블랑팡의 당시 CEO 장-자크 피슈 테르가 프랑스 남부에서 다이빙하는 모습.

미 해군과 함께 한 피프티 패덤즈의 역사는 블랑팡 역사의 일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가 처음 선보인 요소들은 무 엇이었을까? 피슈테르가 특허를 획득하기도 한 두 가 지 요소인 더블 실 크라운(double seal crown)과 케이 스백을 위한 특별한 실(seal) 디자인을 토대로 뛰어난 방수 기능을 보여주었다. 크라운이 특히 기발했다. 두 개의 밀폐 장치를 갖추고 있어 크라운이 바깥으로 살 짝 뽑혀 있더라도 수분이 침투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또한 더욱 뛰어난 방수 기능을 위해 피슈테르는 오토 매틱 와인딩 시스템을 선택했다. 매일 와인딩 할 필요 가 없어야 크라운 실링 시스템의 마모를 줄일 수 있었 기 때문이다. 물속 환경과 마스크가 시야를 현저히 방 해하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역시 고려해 야 했다. 그리하여 그는 커다란 케이스 사이즈를 비롯 해 블랙 배경 위 화이트 인덱스, 베젤 마킹, 그리고 바 늘 등을 채택했다. 어둠 속에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인덱스와 바늘은 야광 처리했다. 또 하나의 기발한 기 능은 로테이팅 베젤이었다. 다이빙을 시작할 때 베젤 인덱스를 분침 반대쪽으로 돌려놓아 경과된 시간을 베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베젤이 의도하지 않 게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슈테르는 이를 잠 그는 메커니즘까지 고안했다. 또한 피슈테르는 시계 동기화가 중요한 그룹 다이빙을 위해 피프티 패덤즈 에 크라운이 뽑혔을 때 시계를 멈추는 해킹(hacking) 매커니즘도 탑재했다. 따라서 그룹 다이빙 부대가 함 께 시간을 세팅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이빙 환경 이 강한 자성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피 슈테르는 무브먼트를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철 소재의 이너 케이스 안에 감싸 자성으로부터 무브먼 트를 보호했다. 기존 다이빙 워치 중에는 물속 세계와 다이버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고려한 이러한 기능 과 디자인을 갖춘 시계가 결코 없었다.

프랑스 군인들에게 이상적인 이러한 피프티 패덤즈의 특징들은 아마추어,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민간인 세계 에서도 이상적이었다. 피프티 패덤즈는 빠른 시간 내 에 탱크, 호흡 장치, 마스크, 오리발과 함께 다이빙의 필수 장비로 등극했다. 필수 장비라는 인식이 생기면 서 피프티 패덤즈는 다이빙 장비를 판매하는 매장에 서 함께 판매되기도 했다. 그 좋은 예가 스쿠버 탱크 와 호흡 장비 제작은 물론 다이빙 장비 매장에서 자신 들이 직접 제작한 장비와 피프티 패덤즈 시계를 함께 판매하고 대여한 아쿠아렁(AquaLung)이라는 브랜드 이다.

피프티 패덤즈와 아쿠아렁에서 취급하는 다이 빙 장비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것이 그들 이 블랑팡에 특별 주문한, 다이얼에 “Aqua Lung”을 새긴 피프티 패덤즈였다. 프랑스 해군이 잠수 부대를 위해 피프티 패덤즈를 채 택한 유일한 해군은 아니다. 미국, 독일, 스페인, 이스 라엘, 파키스탄 등의 해군도 피프티 패덤즈를 사용했 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피프티 패덤즈 이야기를 만들 어낸 것은 미 해군과의 역사다. 미 해군의 피프티 패덤 즈 시계들은 “MIL-SPEC”으로 알려졌다. 현재 MILSPEC 모델들은 빈티지 마켓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 에 경매가가 고공 행진하는 50년대 시계다. 2017년 바 젤 페어 동안 선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블랑팡의 새로운 리미티드 에디션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에 영감을 준 것이 MIL-SPEC 유산이다. 이 새로운 리미티드 에디션 피스도 다룰 예정이지만 우선 그 뒤에 놓인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피프티 패덤즈의 역사 속 이야기에는 미국의 블랑팡 공급업체인 앨런 V. 토넥(Allen V. Tornek)이 등장한 다. 토넥은 장-자크 피슈테르의 형제인 르네(René)를 뉴욕에서 만났고, 그들은 미국 내에서의 보복 관세를 피하기 위해 팀을 이뤄 미국 내에서의 사업에 뛰어들 었다. 르네를 통해 토넥은 장-자크를 만났고, 이는 이 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블랑팡과의 관계를 확고히 하 는 계기가 되었다.

피프티 패덤즈의 진화에 있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 이 바로 다이빙에 대한 열정이다. 시계는 장-자크 피 슈테르의 다이빙 열정과 경험을 토대로 처음 만들어졌 다. 그리고 현재의 CEO인 마크 A. 하이예크(Marc A. Hayek)가 자신의 다이빙 열정을 불태우며 다시 한번 피프티 패덤즈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토넥의 경우 열정 넘치는 다이버는 바로 그의 아들 래리(Larry)였 다. 피슈테르와의 초반 미팅에서 토넥은 처음으로 피 프티 패덤즈를 접했다. 아들의 다이빙 사랑 때문에 더 욱 흥미를 느낀 그는 시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물 론 래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까지도 여전히 그 시계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하지 만 그가 구입한 시계는 자신의 아들에게 선물하는 즐 거움 그 이상으로 앨런 V. 토넥을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미국에 피프티 패덤즈를 유통하는 방법을 찾아 보면 어떨까? 그리고 프랑스 해군이 채택했다는 사실 을 알게 된 후부터 그는 향후 큰 잠재 고객이 될 수 있 는 미 해군은 왜 안되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까다로운 정부 관련 이슈, 특히 군대가 연관될 경우 이 를 다루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토넥은 도움이 필 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워싱턴 DC의 한 은퇴한 대령에 게 자문을 구했다. 당시 1955년, 해군은 일명 “수중에 서 가동하는 손목시계(submersible wrist watches)를 위한 사양을 개발하고 있었다. 보통의 상황에서도 계 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피슈테 르와 토넥은 심지어 특정 미국 시계 브랜드를 이미 후 보로 염두에 둔 해군을 상대해야 했다. 실제로 해군은 그들이 주문하려고 생각하는 잠재적 공급업체에 맞춰 사양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더 큰 어려움을 부 가한 것이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법(Buy American Act)’으로 미국산이 아닌 시계들은 장벽에 부딪히게 되 었다. 그 법은 미국에서 생산한 주얼 “구입”(purchase.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이 단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니 주 목하라)을 종용하고 이와 더불어 다소 과도한 25% 관 세를 부과했다. 블랑팡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토넥은 이 문제를 정면돌파했다. 그는 스위스 로 날아가 장-자크 피슈테르를 만났다. 앞을 가로막 는 장애물이 뻔하고 미국 기업과 계약이 성사될 가능 성이 높은 상태에서 피슈테르와 그는 계속해서 전진 하기로 결정했다.

1955년에 만들어진 시계 사양에 대한 초안 문서는 그 냥 쓰여진 것이 아니다. 그 사양들은 이미 다른 해군이 사용하고 있는 피프티 패덤즈 시계들의 특징을 주로 반 영하고 있었으며, 2년도 더 전에 블랑팡이 처음 발명한 피프티 패덤즈의 사양들과 굉장히 닮아 있다. 심지어 블랑팡은 추가적으로 수분 인디케이터까지 탑재했다.

방수성(Watertightness)
3.6.1 일반적인 케이스 사양
(Requirements, Case, General).
케이스와 크리스털은 조립 시 밀폐되어야 하며, 평방 인치당 175 파운드의 물의 압력에도 새지 않고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견고해야 한다.
3.9 수분 인디케이터 사양
(Requirements, Moisture Indicator).
수분 인디케이터는 다이얼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안 정적으로 위치해 있어야 한다. 인디케이터가 그 자리 에서 바늘이 회전하는 데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어둠 속에서의 가독성(Visibility in dark)
3.7.1 일반적인 다이얼과 바늘 사양
(Requirements, Dials and Hands, General).
시계의 가독성은 매우 중요하다. 완전히 어두운 상태 에서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숫자와 마킹들의 모서리가 예리하고 매끈해야 하며, 떨어져 있거나 인 접해 있는 다른 인디케이터들과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MIL-SPEC 의 바늘과 케이스 사양. 

MIL-SPEC 의 바늘과 케이스 사양.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잠수 장비와 함께 시계를 제공받은 다이버는 다른 다이버가 시계를 잘못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다이얼 위 수분 인디케이터는 안전 장치가 되어주었다. 

3.7.4 다이얼과 바늘 사양
(Requirements, Dials and Hands).
세 개의 바늘이 서로 구별되어야 하며, 자연광이나 암 흑 속 어떤 상황에서든 다이얼에서 확연히 두드러져 보여야 한다.

외부, 회전하는 링(Outer, rotatable ring)
3.6.6 케이스의 로테이팅 링 사양
(Requirements, Case Rotatable Ring).
보통의 경우 시계는 베젤이 위치하는 부분에 로테이 션 링을 갖춰야 한다. (사용 시에는 링이 바늘 중 하나 와 인덱스 마크를 따라 회전해야 한다). 링은 도구 없 이 손으로 세팅하고 회전할 수 있도록 고안해야 하며, 마모, 충격, 진동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움직임에서 보 호되어야 한다.

미 해군은 그들이 “선호하는” 미국 브랜드 시계가 개 발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임시로 공급받을 곳이 필요 했다. 블랑팡과 또 하나의 다른 스위스 브랜드가 물속 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시계를 선보인다는 내용이 1957년 12월 작성된 보고서에 요약되어있다.

블랑팡은 한 단계 더 앞서 있었다. 블랑팡은 이미 피프 티 패덤즈로 2년 이상의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경 험을 통해 피슈테르는 오리지널 1953 피프티 패덤즈 에 하나의 기능을 더 추가했는데, 그것이 수분 인디케 이터였다. 수분 인디케이터를 탑재한다는 아이디어는 피슈테르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많은 환경 속, 특히 군인의 영역에서 피프티 패덤즈 시계가 보통 착용자들이 시계를 사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이버에게 하나씩 보급 되어 가지고 있다가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다이 빙 장비와 함께 시계를 미션 초반 요원에게 지급했다 가 다이빙을 마친 후 장비 담당자에게 반납하는 식이 었다. 즉 잠수부는 매 다이빙마다 다른 시계를 착용했 고, 다른 장비들과 함께 시계를 전달받기 전에는 자신 에게 지급된 시계가 그 전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잠수부는 자신이 공급받은 시계가 그 전에 잘못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피슈테르는 여기에서 위험성을 감지했 다. 만약 그 이전 잠수에서 크라운이 그물에 걸렸거나 시계에 물이 침투했다면 어떨까? 정확하게 보고가 되 지 않는다면 다음 사용자는 이런 일들에 대해 알 수가 없다. 피슈테르의 해결책은 매우 우아했다. 그는 다이 얼 6시 방향에 수분이 침투하면 컬러가 바뀌는 작은 디 스크를 탑재했다. 이 버전은 프랑스 해군이 채택했을 뿐 아니라 자크-이브 쿠스토(Jacques-Yves Cousteau) 와 그의 팀이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거머쥔 영화 ‘침묵의 세계’를 촬영할 동안 수행한 잠수 등에서 사 용되었다. 

미 해군은 블랑팡을 테스트한 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만족스럽다 (VIRTUALLY COMPLETE SATISFACTION)».

미 해군이 요구한 1955년에 사양을 파악한 피슈테르 는 수분 인디케이터 디자인을 개선했다. 단순히 컬러 를 바꾸는 디스크 대신에 반은 페일 블루, 나머지 반 은 레드 컬러인 바이-컬러(bi-color) 버전을 개발했다. 수분이 침투하면, 디스크의 절반인 블루 컬러가 레드 로 컬러를 바꾸었다. 따라서 다이버가 수중 미션에서 시계를 제공 받았을 때 디스크가 블루 컬러라면 그 시 계에 수분이 침투된 적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계 를 착용할 수 있었다.

이 바이-컬러 수분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피프티 패덤 즈 시리즈에는 해군 사양(military specification)에 맞 춰 개발했다는 의미에서 “MIL-SPEC(밀-스펙)”이라 는 이름이 붙었다.

1958년 미 해군은 블랑팡의 MIL-SPEC 시계 몇 피스 를 테스트했다. 블랑팡 이외에도 두 스위스 브랜드 시 계가 있었으며, 해군이 선호한 미국 시계는 여전히 개 발 중이었기 때문에 테스트할 수 없었다. 결국 블랑팡 MIL-SPEC을 임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승인이 났다. 사실 그 시계는 테스트를 거친 시계 중 1955년 문서에 서 요구하고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시 계였다. 흥미롭게도 1957년 블랑팡과 함께 임시 사용 허가를 받은 또 하나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테스트 를 통과하지 못했고, 미 해군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1959년 또 다른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이 테스 트는 미 해군이 선호한 미국 브랜드가 드디어 프로토 타입인 USN이라는 시계를 선보이면서 진행되었다. 해군은 이 새로운 테스트를 실시하는 “주된 목적”이 스위스 타임피스와 함께 미국 시계의 성능을 평가하 기 위한 것이라고 작성했다. 해군은 블랑팡의 경우 딱 히 테스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테스트를 넘어 이미 실제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군 은 이렇게 작성했다 “이 시계[블랑팡]는 1958년 보고 이후로는 특별히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지만, 실제 다 이빙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

미국산 시계는 해군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해군은 “베 젤 링이 떨어져 나가는 경향이 있다”, 수분 인디케이 터는 시계 제작 시 방수 기능을 판별하는 역할만 해준 다. 다이얼과 바늘 디자인은 “최적의 길이보다 짧다” 고 판명 내렸다. 반면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고 모든 기 준을 만족시킨 유일한 시계는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MIL-SPEC이었다. 보고서는 “오퍼레이션 하드택 (Operation HARDTACK)”이라 불리는 미션 동안 해 군이 12피스의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MIL-SPEC과 함 께 한 경험에 대해 기술했다. 이 12피스의 블랑팡 시 계들은 작전이 진행된 3~4개월 동안 꾸준히 착용한 것들이다. 작전을 묘사한 보고서에서 이를 명백히 확 인할 수 있다.

“작전 동안 다이버들은 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시계는 잠수는 물론 지상에서의 험한 임무 동안 거친 충격에 노출되었다. 최대 잠수 깊이는 185피트지만 실 제 많은 잠수가 150피트 근처 깊이에서 이루어졌다. 시계는 주로 스쿠버 다이빙에 사용되었는데, 여기에 서는 깊이 때문에 타이밍이 극도로 중요했다.”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유일한 시계는 피프티 패덤즈였다. 

시계 성능은 “매우 만족”으로 묘사되었고, 그 어떤 시 계도 물이 새지 않았다. 로테이팅 베젤은 매우 정확하 게 작동했다.

“시계 바깥 링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기능으로 자 리 잡았다. 마켓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와 비교했 을 때 블랑팡 시계의 링은 쉽게 세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숫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두 개의 다른 블랑팡의 특별한 기능에 대해서도 기록되었다.

“시계를 세팅하면서 실링 캡(sealing cap)을 열지 않아 도 되고, 크라운을 뽑을 때 바늘이 멈추는 두 가지 기 능은 여러 개의 시계를 빠르게 ‘동기화’하는 것이 필 요할 경우 실용적인 기능이다. 실링 캡이 없다고 해서 방수 기능이 저하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이 보고서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블랑팡이 피슈테르 의 첫 피프티 패덤즈 버전에서 탑재하고 있던 두 가지 디자인 요소였다. 크라운을 시간 조정 위치로 뽑았을 때 무브먼트를 멈출 수 있어 보고서에 나와 있는 대로 쉬운 동기화가 가능했다. 스크루다운 캡 없이 보여준 탁월한 방수성은 피슈테르의 특허 받은 더블 실 크라 운 덕분이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찬사와 함께 마무리된다.

“요약하자면, 하드택 작전 동안 12피스의 블랑팡 다이 버 시계를 사용한 결과는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이 시 계들은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군대에서 요구하는 모든 기준과 시계의 성능이 기록 된 1959년 보고서에서 또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 점은 해군에서 평가한 모든 측면에서 “만족”을 받은 유일한 시계가 블랑팡이라는 사실이다.

해군은 한 번은 1959년 9월, 또 한번은 1961년 3월 후 속 요구 사양을 발표했다. 그 둘 간의 차이는 항자성 기준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1961년 버전에서는 자 성으로 유도되는 지뢰를 폭발시키는 일이 없도록 이 사양을 추가했다. 피프티 패덤즈는 그 두 번의 문서가 요구한 모든 사항들을 만족시켰다. 1959년 버전은 MIL-SPEC 1이라고도 불리는 오리지널 피프티 패덤 즈 MIL-SPEC으로, 항자성 버전은 이후 피프티 패덤 즈 MIL-SPEC 2로 정의 내려졌다.1

이전에 이뤄진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이 사항들에 대 해 군 시설에서의 테스트가 요구되었다. 해군이 선택 한 곳은 1816년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대통 령 재임 당시 작은 무기 및 군수품 설비로 문을 연 필 라델피아의 프랭크포드 무기고(Frankford Arsenal)였 다.2 래리 토넥은 테스트 프로그램에 참석한 때를 생생 하게 기억한다. 당시 그의 아버지가 필라델피아의 와 튼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인 래리를 블랑팡 대표로 참 석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테스트가 매우 까다로웠다 고 회상한다. 크리스털의 강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수 행한 4.4.9.1 항목은 시계 크리스털 위에 40인치 길이 의 강철 튜브를 올리고 5/8 인치의 강철 공을 튜브에 서부터 떨어뜨려 크리스털을 치도록 했다! 

1 MIL-SPEC 2 시계는 현재 만나기 힘들다. 그 시계들은 자성의 영향을 확연히 줄이기 위한 특별한 금속을 이용해 제작했고, "반 짝이지" 않도록 브러싱 피니싱 처리했고, 베릴륨을 활용한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이 시계들은 해군 다이버들에게 개인 물품이 아닌 군용 장비로서 제공되었기 때문에 개 인이 소유한 수량은 극히 적었다. 

² 프랭크포드 무기고는 1977년 정부 관 련 활동을 멈췄다. 오늘날에는 사무실이 밀 집해 있다.

1950년대 미 해군 테스 트 부지였던 프랭크포드 무기고 (Frankford Arsenal).

1950년대 미 해군 테스 트 부지였던 프랭크포드 무기고 (Frankford Arsenal).

블랑팡은 해군으로부터 MIL-SPEC과 MIL-SPEC 2 모 두 수주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넥과 블랑팡에게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법(Buy American Act)과 그에 따르는 준수 사항들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 다. 주얼 공급이 특히 흥미로웠다. 미국산 주얼을 “구 매하는” 것이 의무 사항이었지만, 다행히도 “사용”이 아닌 “구매”만을 요구했다. 당시 미국에서 공급하는 주 얼의 품질이 낮았기 때문에 토넥은 주얼을 구입해야 한다는-의무사항은 철저히 준수한 후 즉시 폐기했다.

블랑팡과 토넥이 피프티 패덤즈에 쏟아부은 모든 에 너지와 노력, (그리고 폐기되는 주얼)을 모두 고려했 을 때 그에 대한 대가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는 해 군이 주문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량의 주문을 정기적으 로 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제작 과정이 더 어려워지고 단가도 높아졌다. 한 번 주문 시 요청하는 수량이 너무 적었을 뿐 아니라 때로 그 숫자도 특이했 다. 한 번은 631피스를 주문한 적이 있는데, 왜 딱 떨 어지는 숫자가 아닐까? 해군은 600개의 시계를 원했 는데, 여유 수량 5%에 1피스를 더한 것이었다!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리미티드 에디션 시리즈 중 세 번째인 MIL-SPEC은 피프티 패덤즈의 풍성한 역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리지널 워치와 동일하게 다이얼 위 6시 방향의 바이-컬러 수분 인디케이터의 존재에서 MIL-SPEC 유산을 확인할 수 있다. 오리지 널과 동일하게 수분이 침투하면 컬러 변화로 이를 알 려준다. 디스크의 위쪽 절반은 화이트 컬러로 수분에 노출되면 짙은 빨간 색으로 변한다. 다이얼은 3, 6, 9 에 막대 모양 마커, 그리고 5분 간격 도트를 갖춘 해군 시계를 연상시킨다. 물론 12시 방향에는 커다란 마커 가 자리하고 있다. 미 해군은 다이얼 위 Blancpain 이 름 아래 “U.S”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었지만, 물론 이 시계에서 이것은 지워졌다.

트리뷰트 타임피스를 제작했다고 해서 블랑팡의 혁신 적인 요소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와 는 반대로 트리뷰트 MIL-SPEC은 블랑팡의 최신 기술 을 사용하고 있다. 오토매틱 와인딩 무브먼트는 96시 간 파워 리저브를 가능하게 하는 두 개의 메인스프링 배럴을 탑재하고 있다. 밸런스 휠은 골드 레귤레이션 스크루와 함께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갖추고 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빈티지 모델의 내부 철 소재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자성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내부 철 소재 케이스가 필요 없어진 최신 트리뷰트는 투명 한 사파이어 케이스 백을 통해 NAC 코팅(플래티넘 합 금) 처리 후 블랑팡 로고를 담은 솔리드 골드 와인딩 로터 등 섬세하게 피니싱한 무브먼트를 보여준다.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또 하나가 바로 봄베(bombé) 사파이어 베젤이다. 2003년 피프티 패덤즈 50주년을 기념하며 처음 선보인 이 볼록한 돔 형태의 베젤은 오 로지 솔리드 사파이어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매 력과 반짝임을 담고 있다. 또 하나, 다이아몬드 다음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필수적인 수분 인디케이터를 포함 한 미 해군의 다이얼 사양.

필수적인 수분 인디케이터를 포함 한 미 해군의 다이얼 사양.

으로 극도의 견고함을 자랑하는 사파이어로 제작한 덕분에 스크래치에 매우 강하다.

장-자크 피슈테르가 블랑팡의 CEO였던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프티 패덤즈 타임피스는 다양한 사이즈 로 생산되었다.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은 지름 40.30mm 사이즈로 그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 고 있다. 애호가들은 이제 피프티 패덤즈 컬렉션에서 지름 38mm에서 58.65mm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은 단 500피스만을 선보인다. 

새로운 리미티드 에디션 트 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새로운 리미티드 에디션 트 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챕터 02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에나멜 페인팅

전통과 새로운 창의성을 조화시키는 블랑팡의 예술가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에나멜 페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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