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4
전 세계 군대를 위한 다이버 워치, 피프티 패덤즈와 최초로 역사를 공유한 프랑스 잠수 부대
70년의 피프티 패덤즈 역사에는 미 해군, 독일 분데스마린, 노르웨이 해군, 파키스탄 해군, 이스라엘 해군 등 전 세계 유수 군대와 함께한 여정이 새겨져 있다. 이 중 최초로 역사를 공유한 것은 프랑스 해군,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 나줴르 드 컴뱃(Nageurs, 잠수 부대)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 군대는 현대적 형태의 잠수 부대를 만들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이는 캡틴 로베르 ‘밥’ 말루비에르(Robert ‘Bob’ Maloubier)와 클로드 리포(Claude Riffaud) 대위였다. 말루비에르는 영국 특수 작전 행정부(Special Operations Executive, S. O. E.)와 함께 싸운 훌륭한 전쟁 영웅이었다. 처칠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이 조직은 독자적으로, 혹은 프랑스와 협업해 전쟁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첩보, 파괴 임무를 수행했다. 처칠의 말을 빌리면 “신사답지 못한 전쟁 부서(department of ungentlemanly warfare)”였다. S. O. E. 와 함께한 말루비에르의 용기와 작전에서 거둔 성공 덕분에 그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대영제국 훈장을 하사받기도 했다.
말루비에르와 리포는 완전한 다이빙 장비를 갖추기 위해 무에서부터 모든 것을 창조했다. 물론 그들의 리스트에서 타이밍 장비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들이 처음 들른 곳은 브장송(Besançon)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사무실은 파리에 있었던, 당시 가장 큰 프랑스 시계업체 LIP였다. 말루비에르는 LIP의 품위 넘치는 임원이 우아한 파리 사무실에서 자신들에게 손톱만한 사이즈에 아름다운 화이트 스트랩을 매치한 시계 30개를 전달했다고 회상한다. 그렇지만 그 시계들은 모두 물에 취약했다. 또 다른 30개 역시 방수가 되지 않았는데, 말루비에르 팀원 중 한 명이 자신이 테스트한 시계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 “시계 안에 새끼 그루퍼(농어의 일종)가 들어왔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실패를 겪은 후 말루비에르와 리포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다이빙 워치가 갖춰야 할 사양을 정리했다. 커다란 사이즈, 블랙 배경 위 화이트 루미너스 숫자 인덱스, 반자성, 그리고 물론 방수 기능도 갖춰야 했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LIP에 전했고, LIP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계 제작을 거부했다. “다이빙 워치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말루비에르 팀은 프랑스 그룹 에어 리퀴드(Air Liquide)에 속해 프랑스 내 가장 중요한 다이빙 장비 공급 업체가 된 아쿠아렁(Aqualung)과 이미 함께하고 있었다. 아쿠아렁의 임원 중 한 명인 장 빌라렘(Jean Villarem)은 코트다쥐르에서 함께 다이빙을 하며 블랑팡의 공동 리더 장-자크 피슈테르와 안면을 익혔다. 그리고 리포에게 피슈테르를 소개해주었다. 피슈테르는 이미 피프티 패덤즈를 제작해 자신은 물론 자신의 다이빙 지도자와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이 초창기 피프티 패덤즈는 프랑스가 요구하는 모든 사양을 만족시켰다. 단 하나, 반자성 요소만 추가하면 되었다. 피슈테르는 기존 디자인에 연철 이너 케이스를 더해 무브먼트를 자성으로부터 보호했다. 리포는 테스트를 위해 피프티 패덤즈 몇 피스를 제공받았고, 그것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프랑스 잠수 부대와 블랑팡이 맺은 수십 년간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프랑스 잠수 부대는 지금도 존재하며, 블랑팡과 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 이뤄진 몇 번의 캐주얼한 만남 도중 말루비에르와 리포의 오리지널 팀이 1953년 채택한 피프티 패덤즈 시계의 역사를 기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잠수 부대원들은 이 특별한 에디션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2개의 특별 요청 사항을 전했다. 하나는 숫자 7을 다이얼에 표시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잠수부들의 탱크에는 압축된 공기가 가득 차 있다. 초창기 스쿠버 다이버들은 탱크에 순수한 산소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곧 수심 7m 이하 깊이에서 오래 잠수할 때는 산소가 매우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깊이를 넘어서면 호흡 시스템을 통해 몸이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산소가 공급되면서 중추신경계에 CNS 독성으로 알려진 산소 중독이 일어나는 것이다. CNS 독성은 잠수부로 하여금 발작을 일으키게 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심해 탐험은 가능하지만, 7m가 사실상 최대 한계치인 것이다. 두 번째 요청 사항은 전투 잠수 부대의 상징을 케이스 백에 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300피스 한정판 피프티 패덤즈 스페셜 에디션이 탄생했다. 그리고 프랑스 해군과 블랑팡이 공유한 역사에 경의를 보내며 나줴르 드 컴뱃(잠수 부대)이라 이름 붙였다. 두 가지 요청 사항 역시 모두 반영했다. 산소의 영향을 받는 다이빙의 한계치를 상기시키는 블랙 숫자 7을 블랙 다이얼에 은은하게 엠보싱해 시계가 빛을 받을 때에만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잠수 부대 엠블럼은 모래를 연상시키는 그레인 텍스처로 둘러싸인 케이스 백의 오목한 중심부에 부조 형태로 새겨져 있다. 케이스 백의 바깥 링과 45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나머지 부분은 새틴 피니싱 처리했다.
무브먼트에는 새로운 피프티 패덤즈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칼리버 1315를 장착했다. 3개의 메인 스프링 배럴을 갖춘 오토매틱 와인딩 1315 칼리버는 고성능과 견고함이 특징이며, 5일간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밸런스에는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장착했고, 충격에 특히 강한 골드 스크루 관성 레귤레이션을 갖췄다. 실리콘 헤어스프링은 자성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성에서 보호해주는 연철 이너 케이스는 필요 없다.
다른 피프티 패덤즈와 마찬가지로 단방향 로테이팅 베젤은 스크래치 방지 가능한 사파이어로 제작했다. 블랙 배경 위 아플리케 화이트 루미너스 마킹은 다이얼에 특별한 시각적 깊이감을 선사하는 봄베 형태와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블랑팡의 시그너처인 세일 클로스(sail cloth) 러버 라이닝 스트랩이 화룡점정을 이룬다.
다이얼의 인덱스와 바늘은 리미티드 에디션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이며, 특별한 빈티지 무드를 선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