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6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해 자신의 용기와 인내를 입증한 안-소피 피크(Anne-Sophie Pic)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수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요리의 아이콘 줄리아 차일드 (Julia Child)는 주방에서 반드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는 주로 생방송 TV 카메라 앞에 섰고, 생방송에서 흔히 그렇듯 뭔가 잘못될 때면 왜 용기가 없었냐고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꾸짖곤 했다. 안-소피 피크가 프랑스 요리계 정상에 오른 이야기에서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 줄리아 차일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발랑스(Valence)에 위치한 플래그십 레스토랑은 몇 세대에 거쳐 그녀의 가족이 운영해왔다. 그중 3세대가 미슐랭의 최고 영예인 3스타를 획득했다.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뒤에 숨어 있는 선조, 후손, 그리고 드라마틱한 레스토랑 승계 과정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
레스토랑의 계보는 피크 레스토랑이 파리에서 프랑스 남쪽으로 가는 길목에 전통적인 를레(relais) 식당으로 문을 연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름휴가철 시작과 막바지의 어마어마한 교통 체증을 의미하는 루주(rouge)로 분류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오늘날 남쪽으로 향하는 여행은 거창한 여행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적인 형태의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이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 상당히 피곤한 여정이었고, 따라서 여러 날이 걸리는 여행 중 레스토랑에 들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다시 길을 나서기 전 피크의 유명한 그라탕 데크레비(Gratin d’Écrevisses, 가재 그라탕)를 거부할 이가 과연 있었을까? 피크는 루트 뒤 솔레이(Route du Soleil)를 따라 발랑스에서 리옹(Lyon) 남쪽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고, 페르낭 푸앵(Fernand Point), 알렉산드르 뒤멩(Alexandre Dumaine)과 함께 그 루트에 있는 가장 인기 높은 를레 중 하나가 되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미슐랭 3스타를 처음 획득한 것은 1934년 앙드레 피크(André Pic, 레스토랑 창립자의 아들이자 안-소피의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며 매일 완벽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1946년 별 하나를 잃은 데 이어 1950년에 또 하나를 잃게되었다. 처음에는 셰프라는 직업에 관심이 없고 기계학에 끌렸던 앙드레의 아들 자크(Jacques)가 레스토랑의 명성을 되살리기로 결심했고, 1959년 다시 두 번째 별을 획득한 데 이어 1973년 세 번째 별을 마저 품에 안았다.
안-소피는 상당히 격조 높은 요리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탕, 과자, 비스킷은 물론 시판 간식류는 전혀 맛볼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아 등 호화로운 레스토랑 재료로 즉석에서 아버지 자크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비롯해 항상 멋지게 차린 가족 식사를 누렸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레스토랑 일을 하고 싶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녀에게는 현재 파티스리가 위치한 가족 레스토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가혹하고도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던 그녀는 파리의 ISG(Institut Supérieur de Gestion)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인턴십을 거쳤다.
발랑스를 떠나 있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그녀는 주방으로 돌아와 아버지 곁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3개월 후 갑자기 비극이 찾아왔다. 자크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후 자크의 아들과 안-소피가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비즈니스 경험을 지닌 그녀가 레스토랑 전면에 나서 경영을 책임졌고, 그녀 의 오빠는 주방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2년 후 소중한 세 번째 별을 잃으면서 안-소피가 역할을 바꿔 주방을 담당하게 되었고, 세 번째 미슐랭 스타를 되찾기로 결심한다.
프랑스어에는 레스토랑 통제권이 다른 셰프에게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트랜스미션(transmission)이다. 보통 가족 내 승계는 치밀한 훈련과 견습 과정을 거쳐 승계가 최대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그럼에도 아주 작은 실수나 퀄리티 변화를 찾아내려 혈안이 된 음식 평론가와 고객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러한 승계 역시 결코 쉽지 않다. 제대로 계획된 상황에서조차 승계가 만만치 않은데, 안-소피가 처한 상황은 어땠겠는가? 그녀는 다른 레스토랑에서 견습 경험을 하며 유명 셰프에게 요리를 따로 배운 적조차 없었다. 그녀가 아버지 곁에 머물며 주방에서 훈련을 거친 기간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책임을 맡으면서 마주하게 된 많은 도전 과제를 오로지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단호한 결정으로 극복해냈다. 주방에서 용기를 가지라는 줄리아 차일드의 충고는 안-소피가 뛰어넘어야 했던 장벽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평범하게 들린다. 하지만 안-소피는 고급 요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3스타 수준의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경험해야 하는 요소를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제대로 훈련시킨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이미 유능한 팀을 갖추었고,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또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프랑스 스타 셰프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전설의 오베르주 드 릴(Auberge de L’Ill)의 마크 해벌린(Marc Haeberlin) 셰프는 그가 이 시기 안-소피에게 전화 통화로 충고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애정을 드러낸다.
레스토랑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그녀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노력한 결과 마침내 2007년 세 번째 미슐랭 스타가 발랑스로 돌아왔다. 물론 그 별은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그녀는 10년 동안 아버지의 요리를 완벽하게 재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많은 요리와 많은 양을 테이블 옆에서 준비해 서빙하는 방식에서 적당한 양의 현대적인 다양한 메뉴를 주방에서 플레이팅하는 방식으로 바꾸며 자크가 아버지 앙드레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레스토랑을 진화시켰듯, 그녀 역시 자신의 시대에 맞게 한 단계 진화했다. 자크 피크의 최고 메뉴 바르 드 리뉴 오 카비아(Bar de Ligne au Caviar)나 앙드레 피크 시절 그라탕 데크레비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요리 몇 개는 여전히 찾아볼 수 있지만, 그녀는 대부분의 메뉴 콘셉트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버터와 크림소스를 중시하는 정통 프렌치 요리 방식을 따랐다. 물론 소스는 프랑스 요리에서 너 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안-소피는 버터와 크림의 무거운 느낌 없이도 그에 상응하는 강렬한 풍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녀는 자신의 접근법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가벼운 요리를 추구하는 다른 남성 셰프들을 형용할 말이 없어진다. 그 방식이 여성스럽든 아니든 혹은 현대적이든 아니든, 그녀가 추구한 것은 풍미를 잃지 않으면서 좀 더 가벼운 느낌을 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일본에서 보낸 시간에서 해답의 일부를 찾아냈다. 일본 요리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것이 다시마와 말린 가다랑어를 기본으로 하는 감칠맛 나는 소스 다시(dahsi)다. 일본의 아방가르드한 요리에서 그렇듯 그녀는 전통적인 다시에 다른 맛의 요소를 혼합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스타일은 다시에 다른 맛을 가미하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다시 맛이 우세한 현대적인 일본 요리의 접근 방식을 오히려 뛰어넘는다. 안-소피는 풍미를 더하는 데 있어 다시를 일종의 배경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재료가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완벽한 예가 그녀의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르 오마르 블뢰 로티 오 푀 드 부아(Le Homard Bleu Rôti au Feu de Bois), 다시 오 프뤼 루주(Dashi Aux Fruits Rouges), 레제르망 퓌메(Légèrement Fumé), 쉬트니 드 프레 아 레핀-비에트 (Chutney de Fraises À L’Épine-Vinette), 베테라브 플뤼엘(Betterave Plurielle)이다. 장작에서 살짝 훈제한 구운 랍스터에 달콤한 딸기와 라즈베리 다시를 매치했다. 랍스터의 달짝지근함이 달콤한 붉은 과일즙으로 더욱 강조되고, 다시의 섬세한 감칠맛과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훈제향은 더욱 깊은 맛을 낸다.
그녀는 주방을 제외한 사업적인 부분을 맡고 있는 남편 데이비드 시나피안(David Sinapian)과 함께 자신의 요리 세계를 더욱 확장했다. 물론 발랑스 레스토랑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녀는 로잔, 파리, 런던, 싱가포르에 추가로 문을 열었다.
발랑스에서의 위치는 그대로지만 과거 앤티크 숍이었던 것을 가족이 개조한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를레 느낌이 나는 레스토랑에서 커다란 통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모던한 다이닝 룸으로 남편과 함께 완전히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고급 건축에서 정원을 시각적으로 공간 안에 들여놓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본풍 느낌은 반대쪽 벽 커다란 벚꽃 실크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모든 곳에 세팅된 굽이 달린 술잔, 드라마틱한 튤립 형태의 바카라 크리스털 글라스에서는 프랑스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정원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고민하는 동안 대나무, 작은 연못, 폭포, 다리가 식전 반주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오아시스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해서 메뉴와 와인 리스트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몰려오는 아뮈즈-부슈(amuse-bouches)가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미니어처 라임처럼 보이는 것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이것은 입안에서 터지며 마치 유자, 아니스(anise), 커피 폭포가 쏟아지는 느낌을 선사한다.
할아버지 시절에는 많은 요리를 다이닝 룸 카트 위에서 마무리하는 일종의 테이블 공연(tableside theater)과 함께 식사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최근에는 르 투르토 드 카지에르(Le Tourteau de Casier), 아세조네 아 륄 드 소바차 토레피에(Assaisonné À L’Huile de Sobacha Torréfié), 프티 플뢰르 뒤 자르댕(Petites Fleurs Du Jardin), 크렘 글라세 아 레스트라공 에 오 제라니윔 로자(Crème Glacée À L’Estragon Et au Géranium Rosat)와 함께 좀 더 현대적인 형태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타라곤 소르베(tarragon sorbet)를 곁들인 섬세하고 달콤한 크랩 그 이상의 것이 이 요리에 들어 있다. 테이블 옆에서 타라곤, 샤르트뢰즈(chartreuse), 사케, 시트러스 시럽, 씨주머니(완두콩과 로즈메리를 설탕에 절인 것)가 함께하는 칵테일을 드라마틱하게 믹스하는 것이다. 칵테일은 젓지 않고 제임스 본드 스타일로 격렬히 흔들어댄다. 칵테일과 크랩이 서로를 완벽하게 하는 이 요리는 반드시 함께 맛봐야 한다.
세이지, 사프란, 민트즙을 곁들인 잘 익은 달콤한 멀티컬러 체리 토마토 요리인 라 토마트 플뤼엘(La Tomate Plurielle)은 대중성을 향한 그녀의 열정뿐 아니라 한 가지 재료에 집중하는 그녀의 능력을 보여준다. 껍질을 벗긴 토마토가 안에 섞인 올리브 오일, 민트와 함께 입안에서 터지고, 가벼운 즙이 대비를 이루며 매혹적인 맛을 선사한다.
안-소피의 시그너처 메뉴는 베를링고(Berlingots)다. 이탈리아인은 이것을 피라미드 형태의 라비올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지역에 따라 요리의 구성 요소는 현저하게 달라진다. 발랑스에서 파스타는 그린 컬러로 전통적인 밀가루와 달걀 반죽에 콩테(Comté) 치즈를 더한다. 안에는 바농(Banon) 염소 치즈, 물냉이 잎, 생강을 살짝 채운다. 3개의 피라미드를 그린 말차를 가미한 거품 워터크레스(watercress) 채소 소스가 감싸고 있다. 파스타를 다소 오버쿡하는 경향이 있는 다른 프랑스 셰프와 달리 이것은 완벽한 알덴테이기 때문에 입맛 까다로운 이탈리아인도 즐겁게 맛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로잔에서는 베를링고가 동일한 피라미드 형태를 하고 있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그 지역에 맞춰 화이트 파스타가 키르슈(Kirsch, 정통 스위스 모아티에-모아티에 퐁뒤 구성 요소)를 가미한 바쉬랭 프리부르주아(Vacherin Fribourgeois)/그뤼에르(Gruyère), 화이트 와인 필링의 퐁뒤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베를링고를 감싸고 있는 것은 로스팅한 그물버섯(cep)이다. 물론 파스타에 퐁뒤를 넣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퐁뒤는 단단한 형태일까? 그러면 필링이 녹으면서 파스타가 오버쿡될 수 있다. 그럼 완전히 액체 형태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파스타 안에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한 해결책은 상당히 재치 넘친다. 녹기는 하지만 완전히 액체가 되지 않도록 필링을 조리한 후 식힌다. 덕분에 놀라우면서도 기발한 결과물이 탄생했다.
안-소피가 디테일에 기울이는 정성은 그녀의 라 랑구스틴 마리네 오 미엘 드 트레플(La Langoustine Marinée Au Miel de Trèfles), 서주(Sauge), 플뢰르 드 페누일(Fleurs de Fenouil), 베르벤 에 크리스트 마린(Verveine et Criste Marine), 아리코트 팽 베르 에 뵈르(Haricots Fins Verts et Beurre)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풍미와 텍스처를 극대화하기 위해 맛있는 스코틀랜드산 새우(langoustine)를 세심하게 선별할 뿐 아니라, 새우를 발랑스까지 산 채로 운송해야 하며, 온도가 유지되는 탱크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새우가 회복할 수 있도록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클로버 허니 양념, 세이지, 흑쿠민(fennel flower), 버베나(verbena)가 서로 어우러지며 달고 짠 새우와 함께 매혹적인 맛의 절정을 이룬다. 소스 베이스는 다시로 깊은 맛을 더한 전통적인 조개 육수다.
가족 역사에서 르 바르 드 리뉴 오 카비아 오시에트르(Le Bar de Ligne au Caviar Osciètre)는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1971년 그녀 아버지가 만들어낸 이 요리는 2년 후 세 번째 별을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줄낚시로 잡은 배스(bass)를 반투명해질 때까지 찐 후 아키텐(Aquitaine) 캐비아를 풍성하게 올린다. 버터 소스 베이스는 살롱 샴페인으로 호화로운 캐비아와 조화를 이룬다. 이 요리는 섬세한 맛과 깊은 풍미를 지닌 정통 프랑스 요리에 영광스러운 경의를 표한다.
이국적인 향신료는 피크의 메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르 뵈프 뒤 발 데렌(Le Bœuf du Val d’Hérens), 마리네 아 라 베이 데 미노리테(Mariné à La Baie des Minorités), 데킬라 에 타제트(Tequila et Tagette), 죈 푸아레 에 쿠르제(Jeunes Poireaux et Courgette)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우선 전통적으로 표면을 태우고 로스팅한 비프를 다양한 멕시코 타라곤을 지칭하는 타제트(tagette)와 멕시코 스타일의 데킬라에 절인다. 이 두 요소에 절이는 것이 고기의 풍성함을 더욱 살리고 매력적인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멕시코 퓨전 요리는 아니었다.
디저트에서 밀푀유라는 익숙한 이름도 그녀의 창의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밀푀유는 버터 베이스의 크림 페이스트리를 겹겹이 올린 2개 혹은 3개의 필링 레이어로 이루어진다. 피크의 르 밀푀유 블랑(Le Mille-Feuille Blanc), 크렘 레제르 아 라 바닐 드 타히티(Crème Légère à la Vanille de Tahiti), 핀 젤레 오 자스민(Fine Gelée au Jasmin), 에뮐지옹 오 푸아브르 부아시페리페리(Émulsion au Poivre Voatsiperifery)는 레이어링 구조로 전통을 고수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안-소피가 밀푀유를 순수한 화이트 큐브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단색의 표면이 요거트 크림, 재스민 젤리, 매운맛을 가미한 밀크 무스를 숨기고 있다. 버터 크림 페이스트리를 최소화하며 큐브 구조가 레몬으로 악센트를 가미한 얇은 머랭을 대체한다.
전통적인 콘셉트로 시작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밀푀유와 달리 그녀의 쇼콜라 크레 파르 발로나 푸르 안-소피 피크 콤 엉 니 다베이유(Chocolat Créé Par Valrhona Pour Anne-Sophie Pic Comme un Nid D’Abeille), 판나 코타 오 미엘 아메르 드 코르스, 크레뮤 에 가나슈 오 테 호지차 퀴베브(Panna Cotta au Miel Amer de Corse, Crémeux et Ganache au Thé Hojicha Cubèbe)는 출발점부터 새롭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는 발로나(Valrhona) 초콜릿은 발랑스에서 2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는 투르농(Tournon)에서 생산하는 특산품이다. 그것이 플레이트 위 편평한 벌집 형태를 이루고, 남은 부분은 아르부투스 플라워 허니 판나 코타, 다크 초콜릿, 초콜릿 가나슈, 차를 우려낸 캐러멜로 채웠다.
몇 년간의 훈련이나 견습 경험 없이 자신의 레스
토랑을 세계 최고의 프랑스 요리 레스토랑의 위치로 올려놓은 안-소피의 성취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같은 기간 그녀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더욱 놀랍다. 그녀의 레스토랑에서 주목할 것은 그녀가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극복했는지가 아닌 모든 요리에서 그녀가 발휘한 뛰어난 창의성과 디테일에 대한 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