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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챕터 9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

블랑팡은 뛰어난 글을 기리기 위해 문학상을 만들었다.

챕터 저자

레응 만타오(LEUNG MANT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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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응 만타오(LEUNG MANTAO)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
매거진 21 챕터 9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

블랑팡과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시간에 내재되어 있는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다

“블랑팡이 문학상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요?” 3년 전 한 젊은 기자가 물었다. “하이 엔드 워치 브랜드와 문학이 무슨 관련이 있 나요?” 다소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그는 이 질문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걱정 하는 듯했지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 해할 수 있었다.

첫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BlancpainImaginist Literary Prize) 시상식 직후 열 린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아 마 그곳에 있던 문학과 출판계, 워치메이 킹과 럭셔리 트렌드를 취재하는 많은 기자 들 또한 묻고 싶은 질문이었을 거라 생각 된다. 문학과 워치메이킹 부문에 종사하는 기자를 한 장소에서 보기란 쉬운 일이 아 니다. 문학과 럭셔리의 경계가 항상 명확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브 랜드들이 많은 사랑을 받는 유명 무비 스 타와 팝 스타를 통해 홍보를 시도하는 모 습을 목격해왔다. 실제로 댄스나 드라마 등 현대 예술 전시와 다양한 공연 예술 포스 터에서 많은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하지 만 문학은 럭셔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문학은 눈에 띄지 않는다. 너무 정적이라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할 곳이라고는 소설 표지 정도뿐인 듯하다. 흥겨운 팝 콘서트 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 비하면 문학은 안 개 낀 자정에 멀리서 간간이 들리는 쓸쓸 한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블랑팡이 문학상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블랑팡이 문학상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요?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와 문학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 문학상을 공동 창설한 블 랑팡의 문화 홍보대사이자 이매지니스트 출판사 최고 고문인 내가 이 질문에 답하 는 것이 적절할 듯하지만, 당시에는 이 직 설적인 질문에 시의적절하고 부드럽게 대 응하지 못하고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마 르셀 프루스트가 머릿속에 떠오른 이유를 설명할 기회가 생겨 기쁘게 생각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를 아직 자세히 읽어보지 못한 이들은 프루스트를 우울하고 사색에 잠긴 인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건강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그의 호흡기 질환은 결국 치 료되지 않았다), 평상시 늦게까지 잠을 이 루지 못하고 방음 처리한 방에 갇혀 있던 프루스트의 얼굴빛은 그리 좋지 않았다. 상 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세련된 감각과 교양을 갖추었다. 또 젊은 시절 고상한 도 서관 살롱을 자주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듯, 세상 의 흐름에 따르지 않는 듯 보였다. 모두 들 어봤을 마들렌 케이크에 대한 그의 기억은 이를 말해주는 좋은 예다. 그는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케이크를 즐긴 순간에 대 한 이야기에 자그마치 네 페이지를 할애했 다. 뭔가를 먹으며 읽는다면 이 네 페이지 를 읽는 동안 최소 마들렌 케이크 네 조각 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감각을 동원 해 지나가버린 세계를 재창조할 정도로 항 상 과거에 집착한 그가 어떻게 동시대 인 간과 같은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가 자신의 삶을 바쳐 집필한 긴 문장, 나 누어진 플롯, 시간을 뛰어넘는 의식, 심오 한 예술적 개념을 담은 기념비적 작품은 현 대인이 추구하는 빠른 속도와는 달리 천천 히 흘러간다. 그 책을 읽을 때면 마치 다른 시간대의 다른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착 각이 들고, 책을 닫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 는 순간 때로 1초가 하루보다 더 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블랑팡-이매지니스트상은 전 세계 문화와 파인 워치메이킹 문화를 결합해 탄생시킨 최초의 중국 문학상이다. 2018년 창설한 블랑팡-이매지니스트상은 재능 넘치고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를 발굴하 고 후원하는 동시에 창의성을 촉진하고 중국 문학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

블랑팡의 문학상은 전통 파인 워치메이 킹과 문학 사이의 연결 고리를 확고히 한다.

프루스트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전쟁 과 평화(War and Peace)> 속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역사적 서사는 결코 써 내려갈 수 없을 듯한 자폐적이고 내성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에서 사회적 고찰을 발견할 수 있다. 프루스트는 한때 프랑스를 휩쓴 드레퓌스(Dreyfus) 사건을 통해 인간 사 회에 대한 분석을 보여준다. 이 사건은 에밀 졸라(Émile Zola)의 <나는 고발한다 (J’accuse)>뿐 아니라 현대 지식인의 탄생 을 이끈 반유대주의의 악랄함을 상기시킨 다. 젊은 프루스트가 이러한 논란에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데 놀랄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는 민권운동에 참여했고, 선언문을 작성했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졸라의 재판 에 함께했다. 몇 년 후 그는 자신의 소설에 서 그들의 숨은 동기와 이상한 위상 변화, 그들이 의견을 제시한 이유 등을 관찰하며 모든 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차분한 시각 으로 바라봤다. 더 중요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분열로 이끄는 정치적, 사회 적 사건에 직면했을 때 가족과 친구의 근 본적 가치와 이념적 위상이 어떻게 드러나 는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는 또한 사건 이후 이러한 상처가 대인 관계에 미친 영 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즉 대중이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프루스트는 사실 당대의 가장 중요한 사건 을 담아내는 데 거의 책 전체를 할애했다 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문학을 가치 있게 만들고, 위대한 소설을 주목하게 하 고, 프루스트를 높이 평가하게 한 이유는 디테일을 기록한 방식에 있다. 이러한 접 근 방식은 직접적인 저널리즘 형태로 볼 수 는 없지만, 일종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 다. 정교하고 심오한 소설의 구조를 통해 19세기 말 프랑스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지난 몇 년간 세계 에서 일어난 일, 그리고 친구들을 서로에게 서 등 돌리게 한 사건, 아버지와 아들의 망 가진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싶다면 <잃어 버린 시간을 찾아서>를(최소한 그중 3권이 라도) 아주 자세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래서 “블랑팡이 문학상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고,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와 문학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내가 다른 길 로 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질문을 받고 왜 프루스트를 떠올렸을까?

그를 통해 문학과 시간의 관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진공 상태에서 사는 것 이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신의 배경 과 경험을 글에 반영한다. 소설에서 다양 한 시대 상황을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하지만 프루스트가 한때 말했듯 ‘책은 또 다른 자아의 산물’이기 때 문에 작품을 단순히 소설가의 자서전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소설은 시공간의 제약 을 허물고 초월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 아서>가 바로 그런 작품 아닐까? 이 소설 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프랑스로 안 내해주는 동시에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우 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기억과 시 간에 대한 책이다. 따라서 어찌 보면 시간 을 초월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소설과 타임피스가 매우 유사하다는 생 각이 들지 않는가?

나는 블랑팡 시계 다이얼 위에서 움직이는 아름다운 초침을 바라보고 그 소리에 귀 기 울이면서 밤 늦게 서재에 조용히 앉아 있 을 때 타임피스가 정말 멋진 오브제라는 사 실을 깨닫는다. 타임피스는 마치 시간을 초 월한 것처럼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기록 하지만, 그 자체로 시간과 역사를 넘어서 며 일종의 객관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 럼에도 타임피스는 명백히 시간과 관련된 오브제다. 다른 시대의 시계는 각기 다른 기술력과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오 랜 세월을 품은 시계를 볼 때 당시의 특징 을 엿볼 수 있으며, 장인들이 그것을 숨죽 여 조립하는 장면까지 상상할 수 있다. 이 진정한 하이엔드 워치가 말을 걸어오고, 내 가 존재하는 순간의 시간을 알려주고, 심 지어 나의 미래를 상기시킨다는 점이 놀랍 다. 시계는 역사 속 특정한 시점에서 왔지 만, 또 어떤 면에서는 시간을 넘어선다. 시 계는 시간 안에 있기도 하고 시간을 초월 하기도 하며, 영원과 현재가 만나는 교차 점에 머문다.

나는 그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지는 않 았다. 만약 그랬다면 과연 사람들이 다소 심오한 이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블랑팡을 프루스트에 비유한 나의 별난 생각을 받아 들였을지 의문이다. 사실 지금 우리에겐 인 내심이 별로 없다. 우리는 2분짜리 인터넷 영상조차 매우 길게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정책을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TV가 막 인기를 끌기 시 작했지만, 여전히 독서가 여가의 많은 부 분을 차지한 1980년대가 떠오른다. 당시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존재 와 무(L’Être et le Néant)>가 수십만 부 이 상 판매되었는데, 이는 지금 가장 인기 있 는 공상과학 소설과 맞먹는 수치다. 중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을 비롯해 위화, 쑤퉁, 시촨, 베이다오, 잔설, 거페이, 아라이, 왕안이, 염련가 등 용감하고 상상 력 넘치는 작가들이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시기였다. 이 작가들은 중국 문학계를 형 성하며 전 세계 문학 애호가 사이에서 유 명세를 얻었다. 그들 모두가 당대에 위대 한 작가로서 높은 명성을 구가하며 많은 독 자를 이끌었다. 중국 도시의 길가에서 마 주친 누군가에게 현대 작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이 이 름들을 언급할 것이다.

이전 블랑팡-이매지니스 트 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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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블랑팡-이매지 니스트 문학상 후보

2020년 블랑팡-이매지 니스트 문학상 후보

블랑팡의 문학상은 300년 역사의 전통이 3,000년 전통에 보내는 경의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물론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 면밀하게 책을 읽 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전 세대보다 훨 씬 어리지만 심오한 문학적 성취와 새로운 스타일에서 전 세대만큼 탁월함이 엿보이 는 작가도 몇몇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 한 대로 시대는 변했고, 진중한 소설가의 명성은 매일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저녁 메뉴를 보여주는 웹 셀러브리티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문학을 하 고 싶다면 많은 찬사와 인기를 얻을 수 없 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글을 쓰든 이전 작가들이 누린 명성과 부를 얻 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 는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진중 한 문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야 앞에 놓 인 결과나 미래와 상관없이 자신이 기꺼이 헌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작가가 되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운명이라는 사실을 여 실히 증명할 수 있다. 물론 중도에 포기하 고 문학의 꿈을 품은 아마추어에 머문 젊 은 문학도가 많다. 그들은 자신의 꿈이 이 뤄질 거라는 희망을 잃고 결국 유혹을 떨 쳐내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병원 침상에서 맞이한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쓴 프루스트 의 끈기와 인내가 없었다. 그들을 비난하 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미래의 프루 스트가 되리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희생하 지만, 아무도 다시 쳐다보지 않을 책들에 파묻혀 사라져버리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이 문학상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약간의 과장을 보태 우리는 또 다른 프루스트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이 제한을 45세로 정하고 글쓰기를 계속해나 갈 잠재성 유무를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 은 이유는 꾸준히 글을 써나가는 작가들에 게 그들이 외로워할 필요가 없으며, 누군 가 그들을 지켜보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주기 위해서다. 길 옆에서 마라톤 주자에 게 응원을 보내며 물을 건네주는 누군가와 같다고나 할까?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 지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중간 지점을 지 나면서 누군가가 이전 세대의 배턴을 이어 받게 될 수도 있고, 1,000년 후 또 다른 세 계의 태양 속 어른거리는 빛을 반영하며 자 신의 작품에서 이 시대를 기록할 수도 있 다. 1,000년이라니 너무 앞서나가는 걸까?

중국 문학은 <시경(The Book of Songs)>과 함께 3,000년 이상 오랜 전통을 이어왔다 는 사실을 잊지 말자. 최초로 시를 읊은 사 람은 현재 우리가 자신의 글을 통해 우리 생각을 재발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 을 것이다. 프루스트가 자신의 소설을 통 해 우리가 21세기 세계를 바라볼 것이라 기 대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블 랑팡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이 말의 의미 역 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한-자크 블 랑팡이 300여 년 전 브랜드를 처음 설립했 을 때 그는 자신이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 길지 확실히 알고 있었을까? 300년간 변화 에서 살아남은 각 세대는 자신들이 고수해 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왜 블 랑팡은 유난히 기계식 시계만 고집하는 것 일까? 왜 더 쉽고 돋보이는 길을 가지 않는 걸까? 나는 문학을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섬세한 감각을 지켜나가면서 자신의 열정 을 운명으로 바꾼 모든 세대의 작가들과 블 랑팡이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외로움 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용히 고유의 단호함 을 고수해나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블랑팡이 문학상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요?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와 문학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 만약 이 질문에 한 문장 으로 답해야 한다면 나는 300년 역사의 전 통이 3,000년 전통에 보내는 경의의 표현 이라고 하겠다. 그들은 시간에 내재되어 있 지만 시간을 초월하며 서로에게서 자신 의 모습을 발견한다.

블랑팡-이매지니스트 문학상

챕터 10

마르틴 베라사테기

12개의 미쉐린 스타를 보유한 셰프 마르틴 베라사테기(Martín Berasategui)와의 인터뷰.

챕터 저자

다비드 드 호르헤
마르틴 베라사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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