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6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때 묻지 않은 바다를 찾아 나서다.
수중 세계를 향한 나의 열정은 지중해 해 변에서 시작되었다. 아름다움과 다양성이 넘쳐나는 지중해는 오랫동안 지속된 도시 화, 몰려드는 여름휴가객, 늘어나는 산업 배출물 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심한 몸살 을 앓는 해변이 되었다. 지중해를 압박하 는 이 모든 스트레스 요인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급증했는데, 보호구역 너머 초반 50m 구역이 가장 심각하다. 그보다 더 멀리 떨 어진 위치에서 오염되지 않은 곳을 찾아내 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10분, 혹은 20분 간 심해를 둘러보았다. 날씨가 좋은날에는 무려 30분이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이렇게 몇 분을 보내려면 수면으로올라가기 전 4~6시간의 감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지난 20년간 지중해 심해를 관찰해왔 고, 짧은 잠수에서 강렬한 감정이 동반되 는 경험을 했다. 이것이 내가 촬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단지 몇 분에 지나지 않는 잠수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즐 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다.
2019년 여름, 몇 분이 몇 시간이 될 수 있 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프랑스 지중해 연 안을 따라 28일 동안 연속으로 잠수하는 탐 험을 하게 되었다. 이를 실현할 방법은 오 직 한 가지뿐이었다. 스쿠버다이버와 포화 잠수부가 연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쪽이 자율성을 담당하고, 또 다른 쪽이 움 직임을 담당하며 해저 탐험가 혹은 잠수 기 술자가 되는 것이다.
2019년 7월 1일, 레드 슈트를 입은 나는 뒤에서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순간 마치 우리를 달에 데려다줄 우주 함선에 오르 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는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구 표면보다 더 잘 알려 져 있지 않은 프랑스 지중해 70~140m 수 심으로 향한다. 기밀 구조의 5m2 규모 바 티얄(Bathyale) 기지에 있는 동료 야 닉(Yanick), 티볼트(Thibault), 안토닌 (Antonin)과 나는 자발적으로 갇힌 수감자 맞은편 페이지, 위: 터릿이 바티얄 기지를 떠나 잠수부를 심해에 데려다준다(사진: 조르디 치아스) 맞은편 페이지, 오른쪽: 잠수부와 터릿, 빠르 드 라 까시다 뉴(Phare de la Cassidaigne), 꺄시스(Cassis) - 70 m 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그 안에서 먹고 휴 식을 취한다. 잠수하는 동안에는 그곳을 벗 어날 수 없다. 매일, 때로 하루에 두 번씩 우리는 작은 탈의 시설에서 옷을 갈아입고 바다 깊숙이 데려다주는 터릿(turret)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터릿 아래에서는 수면 팀(surface team)이 준비한 바구니 속 장비 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각각의 잠수부 에게는 자신만의 아바타가 있어 자신감을 심어준다. 마치 자신이 직접 포장하지 않 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고 할까? 수중에서 나를 돕는 티볼트는 다이 빙 지도자인 아내 저스틴(Justine)을 굳건 히 믿는다. 야닉은 형 세드릭(Cédric)이 챙 겨준 장비를 가지고 있다. 야닉이 극한의 환경에서 촬영해야 하는 미션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안토닌은 야닉의 조명 세팅을 돕는 동시에 다이빙 관 련 부문을 맡고 있다. 그에게는 2개의 아바 타가 필요하다. 물류와 과학을 담당하는 플 로리안(Florian), 안토닌의 친구이자 전 세계 모든 연구 미션을 함께 하는 토마스 (Thomas)가 그들이다. 나는 조르디(Jordi) 를 데려오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했다. 그 는 수중 호흡기와 관련해 뛰어난 기술을 보 유한 훌륭한 수중 포토그래퍼다. 그가 내 카메라 5대를 관리할 것이다.
지중해 행성에 접근한다. 문 개방, 선외 출구, 탐험… 이러한 단어들은 우주 여행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곳 아래에는 생명체로 가득하다.
자신감 넘치게 수중 호흡기를 착용한 우리 는 장비가 필요한 스쿠버다이버들과 달리 탯줄 없이 터릿을 떠난다. 잠수를 마치고 돌아오면 터릿이 우리를 수면 기지로 연결 해주고, 우리는 그곳에서 다음 잠수 전까 지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잠수 사이 에는 감압 과정이 필요 없다. 미션 막바지 에 기지에서 감압을 거친 후 무거운 철문 이 열리고 밖으로 다시 나가기까지 거의 5 일이 소요될 것이다.
첫 잠수는 매우 놀라웠다. 더 이상 배에서 뒤로 돌며 물에 뛰어들 필요 없이 바티얄 기지를 떠나는 진짜 해저 탐험가가 된 것 이다. 나는 움직일 때마다 바닷속으로 사 라지는 터릿을 바라본다. 우리는 잠시 그 광경을 눈에 담는다. 그것이 우리에게 유 일한 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천천히 앞 으로 나아가며 서두르지 않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인지한다.
1950년대 쿠스토(Cousteau)가 모두를 놀 라게 한 영화 <침묵의 세계(The Silent World)>의 수중 이미지를 촬영한 곳이 바 로 칼랑크 국립공원(Calanques National Park)에 있는 이 섬이다. 현대적 모험을 위 한 역사적 장소인 셈이다. 이 새로운 곰베 사 원정(Gombessa expedition)은 세 가지 목적을 지닌다.
다이빙 도전: 포화 방식으로 물 아래서 시간 단위로 머물 수 있게 되었고, 잠수는 28일간 지속될 것이다. 과학 연구: 바티얄 기지는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해양 생태학을 전문으로 하는 안드로메데 오세아놀로지(Andromède Océanologie) 기업 선박인 젬브라(Zembra) 가 주위를 돈다. 새로운 곰베사 미션의 과 학 프로그램 책임자 줄리 디터(Julie Deter) 가 승선해 워터 에이전시와 모나코 과학 센 터가 요구하는 연구를 감독한다. 환경 DNA, 생물 음향학, 사진 계측, 해양 저서 생물의 호흡과 광합성 간의 대사 조화 등 다양한 원안이 있다. 희귀종과 그들의 행태를 담은 새로운 이미 지 촬영. 일부의 경우 자연환경 그대로의 상태에서 최초로 사진 촬영.
70m 수심에서 이제 막 3시간을 보냈다. 터릿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을 보며 우리는 첫 탐험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심 지어 벌써 지중해 베인드 스퀴드(veined squid)를 발견하는 보상까지 누렸다. 10년 전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지만, 비밀스러 운 생명체라 짧은 순간 살짝 포착했을 뿐 이었다.
오늘은 뭔가 다르다. 우리 눈앞에서 교미 를 하고 있다. 수컷이 암컷 아래에 있고, 그 들의 촉수가 서로 얽힌다. 수컷이 자신의 아래 팔을 들어 올려 뒤집고 암컷의 상체 아래로 미끄러지듯 넣는다. 그리고 그 팔 이 암컷 안에 있는 난자 가까이로 정자 낭 을 가져간다. 교미 이후 암컷은 작은 동굴 로 돌아가 긴 수정란 덩어리를 천장에 걸 어둔다. 그들의 번식은 1년, 때로 3년에 이 르는 그들의 삶에서 단 한 번 이뤄진다. 짧 은 생애가 끝나기 전 단 한 번 생명을 만들 어낼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첫째 날. 유례없는 첫 사진. 나는 이것을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에게는 28일이 주어졌다. 그렇다면 28번의 특별한 조우를 기대해도 좋을까?
우리는 극심한 추위를 느끼며 터릿으로 복 귀한다. 헬륨 97%, 산소 3%가 섞인 가스가 폐 안으로 들어오면 공기보다 10배는 빠르 게 안쪽부터 몸을 식혀준다. 수심 100m의 수온은 14ºC 정도를 유지하지만 우리에게 는 남극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가스를 마셔야 심해 호흡 시 발생하는 공 기 중 질소와 과다 산소로 인한 간질 경련 과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헬륨은 성대에 영향을 미쳐 목소리를 변조 시킨다. 그 때문에 서로의 말을 알아듣기 가 쉽지 않다. 기지, 수면 팀과 소통하기 위 해 우리는 마이크와 목소리 톤을 원래대로 조정해주는 시스템을 이용한다.
바티얄 기지의 터릿이 다음 다이빙 장소로 향한다. 마르세유에서 모나코에 이르기까 지 21군데가 있으며, 해안가 600km에 달 한다. 우리는 아름답고 생명체가 가득한 장 소를 물색했다. 특히 우리가 ‘지중해의 산 호초’라 부르는 그곳에 집중했다.
이 구조물은 따뜻한 바다에서는 산호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정확한 용어는 ‘산호질 암초(coralligenous reefs)’ 로 프랑스 리비에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심 70~120m 에 자리한다. 수면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 서 특별한 생태계를 발견할 수 있다. 생명 의 오아시스인 만큼 이곳에는 생명체가 가득하다. 이곳은 유기체인 빌더 생명체 (builder creatures)로 이뤄져 있다. 보랏 빛 돌 해조가 토대가 되고, 해양 연충류 (marine worms), 석회 해면(calcareous sponges), 산호, 연체동물 등이 찾아와 구 조물을 더욱 강화한다. 이렇게 해서 계속 위로 쌓여간다. 어떤 동물은 쌓고, 어떤 동 물은 허문다. 홍조 식물은 바위를 만들고, 산성 해면(acid sponges)은 조금씩 뜯어먹 는다. 다양한 동물이 양 진영에 존재한다. 쌓아나가는 동물과 반대로 파내는 동물, 단 단하게 만들어나가는 동물과 반대로 녹이 는 동물. 이 같은 힘의 균형은 운의 산물이 다. 쌓아나가는 생명체의 적수가 없다면 산 호초는 골절이나 파손된 부분 없이 단일 형 태의 부드러운 돌벽 같은 형태를 띨 것이 다. 물고기들은 그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지 않고, 갑각류는 그곳에 숨지 않고, 고르곤 (gorgonian)은 그곳에 서지 않을 것이다. 다양성은 획일성보다 더 큰 풍성함을 만들 어낸다. 이것이야말로 다양성이 쟁취해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산호질 암초 에는 지중해에서만 볼 수 있는 1,600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반짝이는 패럿 시퍼치 (parrot seaperch)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 다. 너무나 풍성해 평범한 것 사이에 자리 한 특별하고 희소한 것을 발견하기 힘들 정 도다. 나는 몇 년을 기다려 마침내 평범한 농어의 친척뻘 되는 패럿 시퍼치를 만났다. 차이는 미묘하면서도 확연하다. 얇은 몸체, 커다란 눈, 명백한 투톤 비늘, 특이한 필라 멘트를 갖춘 꼬리. 바로 내 눈 앞에서 처음 으로 살아 있는 생생한 모습을 촬영했다. 이것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 모 든 것이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티얄 기지가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터 릿이 중력을 이용해 4명의 잠수부를 120m 수심으로 데려다준다. 우리는 이렇게 지중 해 행성에 접근한다. 문 개방, 선외 출구, 탐험…. 이러한 단어는 우주여행을 연상시 킨다. 하지만 이곳 아래에는 생명체로 가 득하다. 이 공간은 메마르지 않았다. 낯선 형태, 낯선 애티튜드, 기만적 의도. 이국적 인 것들이 집중되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불활성인지 활성인지, 독성이 있는지 독성 이 없는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갑자기 나 는 끊임없이 팔을 펼치고 있는 그것을 바 라본다. 이 생물체를 처음 발견한 동물학 자는 보는 순간 그 모습에 매료되었으리라. 그것을 부를 적당한 단어를 찾던 사람들은 바라보는 이를 바로 굳어버리게 하는 능력 을 지닌 그리스 신화 속 괴물 머리에서 착안 해 ‘고르고노케팔루스(Gorgonocephalus)’ 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실 세계 속 이 괴물 은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며 불가사리와 친 척뻘이다. 5개의 팔이 더 나눠진다는 차이 가 있을 뿐이다. 몸을 웅크린 고르고노케 팔루스는 지름이 10cm도 되지 않지만, 모 두 펼치면 거의 1m에 달할 정도다. 불가사 리처럼 그들도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해류 를 통해 교미하며 멀리 떨어져 번식 활동 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이유를 설명하기 어 렵지만) 그들이 긴 팔로 서로를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흥미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 었다. 지구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열정이 바다 아래에서 때로 조용하거나 거칠게, 때 로 지속적이거나 찰나의 순간 펼쳐진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이제 탐험 중반에 이르렀다. 기 지는 모나코 해양박물관(Oceanographic Museum of Monaco) 기슭에 멈춘다. 작은 현창으로 내다보니 바위 위 역사적인 기념 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감금 된다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복잡한 객 실, 광활한 심해. 금속 공간 속 숨 막힐 듯 한 더위,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에서 느껴 지는 추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안에서의 나태, 긴장감 넘치는 밖에서의 활력. 안에 서의 철저한 감독, 밖으로 나서면 사라지 는 모든 제한. 잠수부들은 차례로 밀폐공 포증에서 현기증, 열기에서 추위, 나태함에 서 업무, 편집증에서 황홀경, 내성에서 탐 사, 우울에서 과시를 향해 나아간다. 하루 에 두 번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는 우리를 완전히 정반대 상황에 맞닥뜨리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극단적이다. 하지만 역설적 경험이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멋진 욕구로 승화된다.
바티얄 기지는 빌프랑슈(Villefranche)를 벗어나 수직으로 깎아내린 절벽에 자리 잡 는다. 우리는 이 미션 동안 이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가장 깊은 수심은 145m 정도다. 알프스가 이곳 지중해 아랫 부분까지 뻗어 있다. 심해의 고요함 속에 서 들쑥날쑥한 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것은 과거의 해안선이다. 2만 년 전에는 해 수면이 여기 있었다. 바다 깊이 들어간다 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 다. 윗부분이 50m, 아랫부분이 200~210m 에 달할 정도로 이곳에서는 프랑스 지중해 에서 가장 극단의 수직 하강을 경험할 수 있다. 수심 145m에 이르면 태양 빛의 1% 도 미치지 못하는 메조포틱 존(mesophotic zone)이 펼쳐진다. 이처럼 깊은 수심에서 는 역설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광도 가 줄어들수록 가시성이 늘어나 거대한 공 간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 기 잠수부가 산에 오른 등반가의 시각을 경 험하게 된다. 나는 마침내 바다 아래 세상 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각산호숲(Antipathella subpinnata), 방 데 블러끼에 르(Banc des Blauquières), 깔렁끄 국립공원 - 78 m
심해의 생명체는 닿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 비로운 산속 난초와 같다.
샅샅이 찾아야 하는 생명체도 있고, 가까 이 다가오는 생명체도 있다. 낯선 개복치 가 기생충에 공격당한 비늘 없는 연약한 피 부를 치료해줄 깨끗한 물고기를 찾아 깊은 곳을 배회한다.
우리는 숲 쪽으로 향한다. 바다 아래 눈이 내렸다. 모든 것이 서리로 뒤덮인 듯하다. 눈으로 덮인 숲 같은 이 하얀 나무의 정체 는 각산호(black coral)다. 스킨, 그리고 그 것을 덮은 폴립이 화이트 컬러인 것과 달 리 주얼리를 만들 수 있는 뼈대는 블랙 컬 러를 띤다.
각산호가 하얀 숲(white forest)을 이룬다. 각산호의 활용도를 생각했을 떄 살아 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더 선호한다는 역설적 사 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우리가 가까이 다 가갈수록 추위가 멈추고 뭔가 타들어가는 것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각산호가 해파 리를 마비시키는 순간이다. 바닷속 말벌이 자신의 상대를 만난 것이다. 프랑스 해안 가에서는 3개의 하얀 숲만이 알려져 있다. 모두 80~100m 수심에 자리한다. 일부 전 문가들은 이 작은 숲을 두고 수천 개의 복 제 생물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개체를 이 룬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표본을 확인하 면 가지 일부는 성별이 있고, 대부분 암컷 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개체 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성 생식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는 거의 확실하다. 이곳의 각산 호는 빠른 기후 변화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눈 덮인 가지에 나월 슈림프(narwhal shrimps)가 있다. 수많은 개체가 모여 있어 레드, 블루 도트가 가미된 화이트 스트라 이프로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수천 마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더듬이를 붙여서로 연 결 고리를 형성한다. 그 때문에, 아주 미세 한 자극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갑각 류 무리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경계 메 시지를 실시간 전달할 수 있다. 나월 슈림 프만의 소셜 네트워크와 고속 정보 전달 노 하우라 할 수 있다.
생후 한 달 된 딸이 기지 밖에 있지만 나는 연락하지 못한다. 미션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는 외부와 단절되는 이 기간 동안 책을 읽거나 심해에서 촬영해온 사진의 후속 작 업을 한다. 나는 심해에서 경험하는 매 순 간을 즐긴다. 감금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 이다. 특히 야닉의 경우 더 심하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임을 우리는 잘 안다. 나는 4주간의 미션을 통해 심해 속 생태계 에 대해 앞선 20년보다 더 많은 지식과 직 관적 통찰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이번 심 해 탐험은 더욱 생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압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탐험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잠수복을입는다.
바티얄 기지가 바다 깊숙이 많은 난파선이 자리한 마르세유로 다시 돌아온다. 곰베사 팀은 생물학자와 동물학자로 이뤄져 있다. 그들은 고고학자가 아니지만 다음 탐험에 서 포화 잠수 장비를 사용하게 될 듯하다. 많은 고고학자들이 100m 수심 속 나탈 (Natal) 화물선 혹은 포르-뮤(Port-Miou) 암포라 부지에서 6시간 이상 머무는 꿈을 꿀 것이다.
감압 전 마지막 잠수. 티볼트와 안토닌은 나와 몇 미터 떨어져 수면 팀을 위한 마지 막 퇴적물 샘플을 채집한다. 우리는 그 샘 플을 분석해 18가지 농약, 16가지 탄화수 소, 17가지 금속, 41가지 발암 PCB 물질 등 공식 리스트 속 위험 물질을 검출해낸다. 그토록 깊은 바닷속에도 인간은 보이지 않 는 흔적을 남긴다.
수면에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지며 커다란 동물들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괴물 같은 아귀목, 붕장어, 커다란 바닷가재 등. 심지어 친숙한 해변가 곰치마저 구애의 밤 을 위해 더욱 어두운 곳으로 옮겨 갔다. 거 대한 동물은 작은 것들과 거리를 두고 파 괴와 멸종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을 찾는다. 이곳은 해변가의 압박을 피해 온 갈 곳 잃은 모든 생명체를 위한 마지막 남 은 안식처다. 과학적으로 누군가는 회복력 을 지닌 생태학적 틈새(ecological niches) 라 표현하기도 한다. 거인이 과연 틈새에 정착할 수 있을까?
터릿이 마지막으로 내려오는 순간 나는 지 나간 4주간을 떠올린다. 지중해가 사막의 오아시스인지, 생명체로 가득한 광활한 숲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중해는 죽지 않 았다. 우리는 지중해를 위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을까? 지중해는 인간 문명 의 요람, 최초로 전쟁이 일어난 전장, 시인 들이 최초로 모인 곳이었다. 그곳이 우리 사회의 쓰레기통, 휴가를 위한 수영장, 난 민의 무덤이 되었다. 앞으로 지중해를 통 해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 여줄 수 있을까? 지중해가 우리의 지속 가 능한 야망을 테스트하는 실험실이 될 수 있 을까? 최선이든 최악이든 모든 것이 증폭 된 거의 밀폐된 바닷속에서는 그 어떤 것 이든 가능하다. 지중해가 여전히 다양한 생 명체의 서식지라는 사실 하나만은 결코 변 하지 않는다. 지중해는 여전히 생동감 넘 치게 박동하고 있다.
2019년 7월 28일. 바티얄 기지 문이 열리 며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28일 동안 흥 미로운 놀라움에서 믿을 수 없는 경이로움 에 이르는 여정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기 지는 소박하고 구식이지만 끝까지 버텨주 었다. 각각의 여정에는 고유의 이동 수단 이 있다. 우주선은 별로, 바티얄 기지는 심 연으로 데려다준다. 깊은 심해는 이웃하고 있는 은하계의 멀리 떨어진 행성과도 같다. 100. 120. 140m 거리는 흥미롭지만 넘어서 기 힘들다. 이 우주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 은 어딘가에 있다. 그곳에 도달하는 것은 평행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멀리 떠났지만, 실제로는 떠나지 않 았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집인 지중해 행 성에 머물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