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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챕터 3

그랑 소네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정점에는 그랑 소네리가 있습니다.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그랑 소네리
그랑 소네리
매거진 25 챕터 3

그랑 소네리는 미닛 리피터와 달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시간을 울린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그랑 소네리,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 이들은 공통적 으로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또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 일까요 ?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모두 소리를 통해 시간 을 알리죠. 또한 이들은 모두 고급 시계 제작의 최상위 버전이자 가장 희소한 영역에 속합니다. 이는 극도로 정 밀한 타종 메커니즘의 제작뿐 아니라, 어떤 이들은 시에 가깝다고까지 표현하는 소리의 예술성까지 동시에 요구 하기 때문입니다.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는 미닛 리피터와 달리, 시간 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시간을 울린다는 점에서 구별됩 니다. 소유자가 별도의 동작을 할 필요가 없으며 시계는 정해진 시점, 보통 매 시 정각과 15분 단위에 자동으로 소리를 냅니다. 워치메이커들은 이를 « 오 파사주 (au passage) » 1 라고 부릅니다.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는 모두 정각에 시간을 울리지만, 두 방식 사이에 는 차이가 있으며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 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닛 리피터는 소유자가 직접 작동 시킬 때에만 시간을 울리죠.

그렇다면 시간은 어떻게 소리로 표현될까요 ? 다시 말 해, 시계는 다이얼의 핸즈가 가리키는 시간을 어떻게 소 리로‘작곡’할까요 ? 전통적인 미닛 리피터의 경우, 소유자가 타종을 명령하면 메커니즘은 시계의 기어 트 레인에서 현재의 시, 15분 단위, 그리고 분을 기계적으 로 읽어냅니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음을 사용해 시간을 표현하는데, 하나는 낮은 음(편의상 « 동(Dong) »), 다른 하나는 높은 음(« 딩(Ding) ») 입니다. 먼저 시 (Hour)는 낮은 음‘동’으로 울립니다. 다음으로 15분 단위는 높은 음과 낮은 음의 조합(딩/동)으로 울립니다. 마지막으로분(Minute)은높은음‘딩’으로울립니다.

각각의 타종 횟수가 시간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5시 53분에 작동시켰다면, 미닛 리피터는 먼저 낮은 음으로 다섯 번 시를 울립니다.(동,동,동,동,동).이어서 높은 음과낮은음의조합을세번반복해울리는데,이는 딩/동, 딩/동, 딩/동으로, 세 번의 15분, 즉 45분을 의미 합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음을 여덟 번 울리며(딩, 딩, 딩, 딩, 딩, 딩, 딩, 딩), 이는 45분 이후 8분이 지났음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정각 이후 14분까지, 즉 첫 번째 15분이 아직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 대 부분의 미닛 리피터는 시를 울린 뒤, 15분이 아직 없음 을 의미하는 잠깐의 침묵을 유지하다가, 이후 분을 울립 니다. 이 부분에는 보다 정교한 방식도 존재하며, 이에 대 해서는 잠시 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미닛 리피터는 소 유자가 언제든 타종을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항상 그 순간의 시각을 분 단위까지 정확히 읽어내어 울립니다.

1 “au passage”와 “en passant”는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랑 소네리

모든 2음 구조의 그랑 소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성취라 할 수 있다. 반면 4음 그랑 소네리는 기존의 2음 소네리를 훨씬 넘어서는, 완전히 별도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는 서로 다릅니다. 그랑 소네 리의 경우, 매 정각과 매 15분이 지날 때마다 타종이 이 루어집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그랑 소네리에서 ‘( 가장 단순한’구조라고 말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단순한 그랑 소네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타종 의 구성은 미닛 리피터와 유사합니다. 시는 낮은 음‘동’ 으로 울리고, 15분 단위는‘딩/동’의 조합으로 울립니 다. 예를 들어 2시 30분이라면, 이 형태의 그랑 소네리 는 시를 알리는 두 번의 낮은 음(동, 동)을 울린 뒤, 30분을 의미하는 두 번의‘딩/동, 딩/동’을 울립니다. 즉, 두 번의 15분이 지난 시각임을 알리는 것이죠. 여기 서 하나의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그랑 소네리로 분류되 기 위해서는, 매 15분마다 타종이 이루어질 때 반드시 시의 타종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뒤에 15분 타종이 이 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시를 알리는 타종 은 언제나 15분 타종을 앞섭니다.

정밀함에 집착하는 워치메이킹의 세계에서는, 용어 또한 그 정확성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라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쁘띠 소네리(petite sonnerie)’라는 용어는 이러한 전통적인 기대에서 다소 벗어납니다. ‘쁘띠’라는 정의에는 일정한 유연함, 혹은 모호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쁘띠 소네리는 다른 쁘띠 소네리보다 훨씬 더 ‘쁘띠’ 하지만, 동일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가장 ‘쁘띠’한 쁘띠 소네리는 정각에만 시를 울리며,15분 타종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쁘띠 소네리는 정각에는 시를 울리고 15분, 30분, 45분에는 시를 울리지 않은 채 15분 타종만을 울립니다. 이를 그랑 소네리와 비교해 봅시다. 2시 30분일 경우, 그랑 소네리는 먼저 시를 알리는 두 번의 ‘동, 동’을 울린 뒤, ‘딩/동, 딩/동’을 울립니다. 반면 쁘띠 소네리는 ‘딩/동, 딩/동’만을 울립니다. 물론 가장 단순한 형태의 쁘띠 소네리는 2시 30분에 아무 소리도 울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닛 리피터와 두 가지 유형의 ‘오 파사주(au passage)’ 소네리를 타종 구성 방식의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해 왔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차이는 이보다 훨씬 더 깊습니다. 전통적인 미닛 리피터의 경우, 타종에 필요한 에너지는 소유자가 슬라이드를 당기거나 버튼을 누르는 동작을 통해 감아 올린 작은 배럴 스프링에서 공급됩니다. 

반면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에서는 타종에 필요한 에너지가 무브먼트 자체에서 공급됩니다. 대부분의 구조에서는 이를 위해 두 개의 배럴을 사용합니다. 하나는 시계의 기어 트레인을 구동하기 위한 배럴이고, 다른 하나는 소네리 전용 배럴입니다. 이 두 배럴은 일반적으로 크라운을 통해 함께 감깁니다. 

그랑 소네리라는 범주는 쁘띠 소네리만큼의 정의적 유연성을 허용하지는 않지만, 그 울림을 더욱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다양한 확장형 구조들이 존재합니다.그리고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러한 확장은 무브먼트의 복잡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킵니다. 

여기서 잠시 타종 구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보 겠습니다. 먼 과거, 초기 포켓 워치의 시대에는 시간을 알리는 방식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작은 해머로 케 이스백을 두드리는 비음악적인 방식이었고, 다른 하나 는 작은 해머로 종(bell)을 두드려 음을 내는 방식이었 습니다. 이 두 방식에는 분명한 단점들이 존재했는데, 전자는 소리가 지나치게 거칠었고, 후자는 구조가 불필 요하게 두꺼웠습니다.

소네리의 네 개의 해머

소네리의 네 개의 해머

그랑 더블 소네리는 두 개의 메인스프링 배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계의 기어 트레인을 구동하기 위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소네리 전용입니다.

그랑 소네리
그랑 소네리

워치메이킹 역사상 최초로, 그랑 더블 소네리는 매 15분마다 울 리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복잡한 4음 멜로디를 갖추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또는 블랑팡 멜로디 중 하나를 버튼 조작으로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이모든것은전설적인워치메이커아브라함-루이브레 게(Abraham-Louis Breguet)가 무브먼트를 둘러싸는 금속링을작은해머로타격해음악적인음을만들어내 는 방식으로 소네리를 혁신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습니 다.이영감에찬진보는음악성과슬림한구조를동시 에 구현해냈습니다. 각각의 음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해 머와 그에 대응하는 하나의 금속 링으로 만들어지며, 이 금속 링은 흔히‘공(gong)’이라 불립니다. 따라서 앞 서언급한‘딩’과‘동’의소네리구조에서는‘딩’을위 한하나의해머와공의조합이존재하고,‘동‘을위한 또 하나의 해머와 공의 조합이 존재하게 됩니다. 오늘날 이러한 방식은 보편적인 기준이 되었으며, 사실상 모든 소네리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현재그랑소네리,쁘띠소네리,그리고미닛리피터의 표준은각각의공을갖춘두개의해머를사용하는2음 구조, 즉‘딩’과‘동’의 조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두 해머, 두 음 구조를 넘어서는 최첨단 설계들도 존재합니 다. 해머의 수가 늘어나 추가적인 음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타종은 두 음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멜로디의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물론 해머와 공이 추가될수록 무 브먼트의 복잡성은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어지는‘두 개 의 멜로디(Two Melodies)’라는 글에서 살펴보겠지만, 소네리가 두 가지 이상의 멜로디를 제공하도록 설계될 경우, 이는 또 하나의 더 높은 차원에 해당합니다.

이 밖에도 보다 정교한 확장 방식들이 존재합니다. 기존 의 손목시계용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는 정각이 되 면 시(hour)만을 울립니다. 그러나 정각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시뿐만 아니라 네 번의 15분 타종을 모두 울리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에게 있어 정각에 네 번의 15분 타종이 울린다는 것은 하나의 멜로디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을 제 공합니다. 이 확장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해 보일 수 있 지만, 실제로는 소네리 배럴에서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에너지 저장을 가능하게 하 는 치밀한 설계가 요구되는 기술적 위업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미닛리피터기능또한더욱정교하게다듬을수있습니 다.거의 모든 미닛 리피터의 경우,정각 이후14분 사이 에타종을작동시키면,즉15분타종이존재하지않는 구간에서는시를울린뒤분을울리기전까지잠시의공 백이 발생합니다. 이 공백은 시간이 15분에서 59분 사이 였다면 15분 타종이 울렸을 구간을 대신하는 것으로, 워 치메이커들은 이를‘팬텀 쿼터(phantom quarter)’2 라고 부릅니다. 보다 진보된 설계에서는 이러한 침묵 구 간을삽입하지않고,시타종직후곧바로분타종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팬텀 쿼터’를 제거합니다.

먼 과거,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는 도시나 마을의 거대한 교회 시계에만 존재하는 기능이었습니다. 시간 의 흐름에 따라 울려 퍼지는 그 타종은, 그 소리를 들을 수있는범위안에살던사람들의삶을규율했습니다. 이처럼매혹적인시간의울림이손목시계라는작은공 간 안으로 축소되어 구현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미 니어처화의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때로는 ‘템프 모르(temps mort)’라고도 불립니다.

그랑 소네리

챕터 04

시간을 소리로 알리다

시간을 소리로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절

챕터 저자

제프리 S. 킹스턴
시간을 소리로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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