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4
와인과 샤또 모두에서 우아함과 정제미로 정의되는 곳입니다.
겸손함과 절제된 품격은 보르도에서 특히 소중한 가치 로 여겨집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보르도는 귀족 소유 중심의 체제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럭셔리 브랜드와 대형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는 구조로 변화해 왔기 때문 입니다. 이러한 소유 구조의 변화 속에서 많은 샤또들은 이웃을 압도하기 위한 위상과 상징성을 드러내는 화려 한 존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샤또 오-바이이는 다릅니다. 우아함과 정제미라 는, 그 와인을 특징짓는 가치처럼, 이 샤또는 화려한 과 시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절제된 품격을 지닌 고요한 전원 저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첨단 양조 시 설인 셰(Chai)를 조성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진행된 프 로젝트에서도 이러한 절제의 미학은 그대로 이어졌습니 다. 투자 규모를 드러내기보다는 시설의 대부분을 지하 에조성하고,지붕위에는넓은정원을조성해주변언 덕 지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외부에서는 단지 완만하게 솟아오른 지형처럼 보일 뿐, 그아래에대규모시설이자리하고있다는사실을거의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오-바이이의 역사는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 내려옵니다. 오늘날 오-바이이가 속한 페삭 레오냥(Pessac- Léognan) 지역의 와인은 지난 25년 동안 꾸준히 축적 된 품질 향상에 힘입어, 안목 있는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평론가들로부터 100점 만점 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와인이 최근에야 ‘발견된’ 것은 아닙니 다.보르도시남쪽에위치한이좌안지역의와인역사 는, 북쪽 메독(Médoc) 지역의 와인보다도 수세기 앞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바이이의 경우, 와인 양조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 은 14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 이 지역은 ‘퓌조 (Pujau)’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현재의 명칭과 영 지의 경계가 확립된 것은 훨씬 뒤인 1630년으로, 피르 맹 르 바이이(Firmin Le Bailly)와 니콜라 르브아르드 (Nicolas Leuvarde)가 보다 본격적인 상업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단행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18세 기에는보르도의유력정치인사들이이샤또의소유주 가 되었습니다. 보르도 의회 의원이었던 크리스토프 라 포리 드 몽바동(Christophe La Faurie de Monbadon) 에 이어, 그의 아들 로랑(Laurent)은 보르도 시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1872년은 알시드 벨로 데 미니에르(Alcide Bellot des Minières)가 샤또를 인수하면서 영지의 위상이 크게 도 약하는 전환점이 된 해였습니다. 그는 ‘와인 재배자의 왕’으로 불릴 만큼 명성을 얻은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헌 신과투자,그리고뛰어난역량은와인의품질을크게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와인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 역 시 중요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베로니크 상데르(Véronique Sanders)
크리스 윌머스(Chris Willmers)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시장에서 형성되는 거래 가격은 품질을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아마추어 ‘인플루언서’나 ‘ 유튜브 평론가’의 영향 아래에서 의견을 형성하는 시대 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평가가 잘못된 것으로 드 러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이나 불이익은 거의 따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르도에는 보다 견고한 체계가 존재했습니 다. 활발한 전문 와인 거래 시장이 형성되면서, 생산자 인 샤또, 구매자인 네고시앙, 그리고 중개자인 브로커가 긴밀히 연결되었습니다.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며 자 연스럽게 가격 구조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가격은 품질 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종합적인 판단을 강력하게 반영 하는 지표로 기능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 한 평가는 실제 전문가들이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고 위 험을 감수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보르도 와인을 잘 아는 애호가라면 샤또들이 ‘그랑 크뤼 (growth)’ 등급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최고 등급인 ‘프리미에 크뤼(First Growth)’를 정점으 로 ‘생크리에 크뤼(Fifth Growth)’까지 이어지며, 여기 에 포함되지 않는 샤또들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분류 체 계는 오늘날에도 와인 업계의 용어, 관련 서적, 심지어 와인 매장의 라벨에서도 널리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원과 형성 과정의 세부적인 맥락에 대해서는 전문 가들조차 깊이 살피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분류 체계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될 보르 도 지역 지도와 함께 소개하기 위해 보르도 상공회의소 에 의해 제정되었습니다. 상공회의소는 이 작업을 위해 와인 브로커들에게 분류 기준의 마련을 의뢰했습니다. 브로커들은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거래 가격이 등급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임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당시 최신 거래 기록을 토대로 순위를 정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진 ‘1855년 분류 체계’입 니다.
이처럼 간략히 살펴본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 습니다. 첫째, 시장과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인플루 언서’의 평가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의 지표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1855년 분류 체계는 충분히 탄탄한 근거 위에 마련된 제도였다고 할 수 있습 니다.
그러나 이 분류 체계는 결코 영구적인 기준으로 의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그 범위 역시 완전하지 않아, 그라브 지역의 상당 부분과 포므롤, 생테밀리옹 전 지역 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단지 몇 달간 진행 될 전시를 위해, 당시 특정 시장과 가격 수준의 상황을 반영한 일시적인 기준에 불과했습니다.
오-바이이는 1855년 분류 체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알시드 벨로 데 미니에르의 노력에 힘입어 1903년경에 는와인시장에서형성된거래가격이보여주듯그위상 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당시 오-바이이는 라피트, 라투 르, 마고, 오브리옹 등 공식적으로 ‘프리미에 크뤼’로 분 류된 샤또들과 나란히,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위치한 동 등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1.
1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리테일러 니콜라(Nicolas)가 1930년대 에 발간한 카탈로그에서도 이와 유사한 우수성에 대한 평가가 확인됩니다. 당시 오-바이이의 가격 역시 프리미에 크뤼(First Growth)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알시드 벨로 데 미니에르의 성공적인 경영 이후, 샤또는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 황을겪으며큰타격을입었고,그결과한동안쇠퇴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흐름은 1955년, 벨기에 사업가 다니엘 상데르 (Daniel Sanders)가 샤또를 인수하며 바뀌었습니다. 그는 영지의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다니엘에서 그의 아 들 장(Jean)으로, 그리고 다니엘의 증손녀 베로니크 (Véronique)로 이어지는 4대에 걸쳐, 상데르 가문은 알 시드 벨로 데 미니에르 시대에 누렸던 영광을 되찾겠다는 목표 아래 오-바이이를 단계적으로 재건해 나갔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관리와 투자의 공백을 되돌리기 위해 서는 큰 헌신이 필요합니다. 다니엘 상데르가 마주한 과 제는 특히 더욱 어려웠습니다. 인수 첫해에 역사적인 규 모의 혹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오래된 포 도나무는지켜낼수있었지만,포도밭의넓은구역이심 각한 피해를 입어 1959년부터 1962년 사이 대대적인 재 식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1998년 무렵, 장 상데르는 자신의 후계 구도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논 의를거친끝에그는매각을결정했습니다.다행히그는
단순한 인수자를 넘어 진정한 동반자가 될 인물을 찾게 되었는데, 바로 미국의 저명한 금융인이자 프랑스 문화 에 깊은 애정을 지닌 로버트 윌머스(Robert Wilmers) 였습니다. 서로 매우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이었지 만, 그들은 뜻을 함께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서로 깊은 신뢰와 호감을 쌓게 되었습니다.
윌머스 가문의 인수는 상데르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오히려그이후두가문사이에는매우긴 밀한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밥 윌머스가 장 상데르에게 인수 이후의 원활한 전환을 위해 2년간 더 머물러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상데르 가문과 함께 일하기 시작하고, 특히 장의 손녀 베로니크와의 협력이 깊어지면서 상황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매각 이후 기존 소 유주가 물러나는 대신, 두 가문 사이에는 새로운 동반자 관계가자리잡게된것입니다.어느날윌머스가베로 니크에게 영지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묻자, 그녀는 1903 년 오-바이이가 라피트, 라투르, 마고, 오브리옹 등 프리 미에 크뤼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꺼내 보였습니다. 이어 1930년 니콜라 가격 목록 역시 같은 사실을 입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로니크는 명 망있는와인영지에서가장소중한자산은무엇보다테 루아, 곧 토양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양조 시설에 투자하고, 양조 책임자를 영입하며, 컨설턴 트를 고용하고, 샤또 건물을 정비하는 데에는 얼마든지 자본을투입할수있습니다.그러나와인이도달할수 있는 궁극적인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언제나 토양입니 다. 베로니크는 오-바이이가 보르도 최고 수준에 다시 오를 수 있는 테루아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영광을 다시 되찾아야 합니다!”
그녀의 비전을 들은 윌머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베로 니크는 당시 그의 말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조부와 함 께2년간더일해보세요.그기간이끝났을때모든일 이잘진행되고있다면,그자리는당신의것이될것입 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여정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베로니크는 현재 오-바이이의 총괄 대표로서 25년째 재 임하고 있습니다.
그이후이어진25년의협력기간동안양조시설과포 도밭에는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초기 프로젝 트는 무엇보다 포도밭에 집중되었습니다. 오-바이이의 포도밭은 총 39헥타르 규모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60%, 메를로 34%, 카베르네 프랑 3%, 프티 베르도 3%의 비 율로 식재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알시드 벨로 데 미니에르가 심은, 수령 100년이 넘는 포도나무가 자리 한 4헥타르 규모의 특별한 구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이 오래된 포도나무 들을 뽑아내고 새로 식재할 것을 베로니크에게 조언하 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유서 깊은 박물관들이 소장품을 국가의 소중한 유산으로 여기듯, 베로니크는 이 구획을 영지의 살아 있는 유산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샤또의 다른 대부분 구획과 달리, 이 역사적인 포도밭은 ‘필드 블렌드(field blend)’ 방식으로 조성되어 있습니 다. 즉, 여섯 가지 포도 품종(양조학에서는 ‘세파주 (cépages)’라 부르는)이 구획별로 나뉘지 않고 한데 섞 여 식재된 형태입니다. 또한 포도나무의 수령이 매우 오 래된 만큼, 각각의 나무는 개별적으로 세심한 관리가 이 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항상 충분한 관찰과 신 중한 검토가 선행됩니다. 가지치기조차도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과거에는 이 구획의 포도를 한 번에모두수확했지만,이는서로다른품종들이같은 시기에 익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적의 방법이 아니었습 니다. 베로니크는 이러한 관행을 바꾸었습니다. 현재는 포도나무의 숙성 정도에 따라 각각 구분해 수확하며, 이는 오-바이이 전체가 그러하듯 모두 손으로 이루어집 니다. 작업자들에게는 작은 리본 태그를 표시로 사용해 수확 시점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영지의나머지구획에대해서도베로니크는2000년과 2020년,두차례에걸쳐정밀한토양조사를의뢰했습 니다. 토양의 구조와 깊이에 따른 화학적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 결과는 재식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지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카베르네는 자갈 토양과 가 장 잘 어울리고, 메를로는 점토 토양과 특히 잘 어울립 니다.
영지의 모든 포도나무의 건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철 학에 따라, 가지치기 역시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이루어 집니다. 오-바이이는 식물 중심의 부드러운 가지치기 방 법을 제시한 드니 뒤부르디외(Denis Dubourdieu)의 기법을 도입한 보르도 선도 샤또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체 구획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대신, 각 포도나무의 상태를 개별적으로 평가한 뒤 그에 맞춰 가지치기를 진 행합니다. 이처럼 나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원칙은 캐노피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오-바이이 는 잎을 과도하게 제거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는데, 잎의 그늘이 포도송이를 강한 열로부터 보호해 주기 때문입 니다. 동시에 통풍을 원활하게 하고 수분 축적을 줄이기 위해 곁가지들은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있습니다.
1903년, 오-바이이가 보르도 프리미에 크뤼 최상위 그룹에 포함된 모습.
포도밭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숙성 정 도를 표시하기 위해 포도나무에 리본 을 묶는 모습.
자연에 대한 이러한 존중은 포도밭 줄 사이의 경운 작업 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바이이는 토양 표면 바로 아래만을 정밀하게 경운할 수 있도록, 매우 미세한 조정 이 가능한 혁신적인 경운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그 목적 은 토양 속의 지렁이들을 최대한 교란하지 않기 위함입 니다. 베로니크는 이들을 ‘토양의 엔지니어’라 부르며 애 정을 담아 표현합니다.
오늘날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은 양조 시설입니다. 보르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위압적이 고 고전적인 외관의 건물들과 달리, 오-바이이의 양조 시설은 자리한 언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풍경의 일부처럼 녹아듭니다. 지붕 위의 정원과 나무들 또한 주 변 경관의 연장선처럼 이어져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기념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구상되었습니다.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오바이이의 2009년 빈티지에 100점 만점을 부여한 이후, 핵심 팀은 2015년 윌머스 가문과 함께 축하 행사를 갖 기 위해 뉴욕을 찾았습니다.
프랑스로 돌아오는 북대서양 상공에서 ‘내일의 오-바이 이(Haut-Bailly of tomorrow)’라는 구상이 떠올랐습 니다. 이후 파리의 건축가 다니엘 로메오(Daniel Romeo)가 설계를 맡게 되었습니다.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을 품은 외관은 절제된 인상을 주 며, 어쩌면 ‘숨겨져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 니다. 그러나 원형으로 구성된 내부 공간은 현대성과 기 능성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최첨단 시설의 모든 요 소는 2년에 걸친 연구와 숙고, 현장 경험, 그리고 무엇보 다 전문적인 역량이 집약된 결과입니다.
건축 설계에 얼마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지를 보여주 는 사례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확한 포도 상자가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설계된 원형 경사로는 이 동 과정에서 ‘정체’를 최소화해 수확 후 선별 작업장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합니다2. 또한 발효 탱크에서 배럴 로 이어지는 모든 공정은 중력을 활용한 자연 낙하 방식 으로 이루어지며, 탱크의 형태 역시 이러한 효율성과 품 질을 고려해 설계되었습니다.
2오-바이이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수확한 포도를 세 단계에 걸 쳐 모두 수작업으로 선별합니다. 먼저 수확 과정에서 가장 좋은 포 도송이를 골라내고, 이어 양조 시설에 도착한 뒤 첫 번째 선별 테이 블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진동 선별 테이블 위에 서 4~6명의 작업자가 개별 포도알을 하나하나 최종 선별합니다.
출입문과 내부 조명 역시 세척 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도 록 세심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각 탱크의 온도를 정밀하 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며, 탱크는 의료용 등급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었습니 다. 또한 각 품종의 양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배럴을 사 용하고, 배럴에는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밤나무 테 두리가 덧대어져 있는데, 이는 우연히도 곤충이 오크에 서 떨어져 나오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설계에 서 비롯된 또 하나의 장점은 지붕 정원입니다. 이 정원 은 실내 공간에 자연 냉각 효과를 제공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물 자원 관리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로버트 윌머스는 ‘내일의 오-바이이’를 상징하는 새로운 양조 시설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2017년에 세 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뒤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크 루즈캠퍼스에서생태학교수로재직중인아들크리스 윌머스가 이어받았습니다. 크리스와 베로니크는 윌머스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와인의 품질뿐 아니라 양조 장의 환경적 영향까지 아우르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 고 있습니다.
오-바이이는 두 가지 중요한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하나 는생물다양성보존과환경영향을최소화한농업실천 을 의미하는 HVE(High Environmental Value) 레벨 3인증이며,다른하나는양조시설에대해‘우수 (Excellent)’ 등급으로 평가된 고환경품질(High Envi- ronmental Quality) 인증입니다.
윌머스와 상데르 가문의 성과를 입증하듯, 오-바이이는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폭넓은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와인 필진 19명의 평가 점수를 평균한 결 과, 오-바이이는 다시 한 번 보르도 프리미에 크뤼 최상 위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1998 년 베로니크 상데르가 제시했던 비전이 실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벨로 데 미니에르가 이루어낸 위대한 도약 으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오-바이이는 다시금 보 르도 최고 명문 샤또들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 야심 찬 목표는 굳은 의지와 꾸준한 노력으로 마침내 현실이 되었습니다.
베로니크 상데르(Véronique Sanders).
조지 더발리안 박사(Dr. George Derbalian) 는 Lettres du Brassus의 와인 전문가입니다. 그 는 북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애서턴 와인 임포트 (Atherton Wine Imports)의 창립자이기도 합니 다.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 수입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 손꼽히는 와인 애호가이자 시음 전문가로서 높 은 명성을 쌓아 왔습니다. 더발리안 박사는 매년 유 럽과 미국의 주요 와인 산지를 방문해 와인 생산자, 최고 명문 도멘의 소유주, 메트르 드 셰(maîtres de chai), 그리고 와인 업계의 핵심 인물들과 교류 합니다. 한 해 동안 그가 시음하는 와인의 수는 최신 생산 와인과 빈티지를 합쳐 수천 종에 이릅니다.
2024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JSK) 2025년 4월, 샤또에 서 배럴 시음.
완벽한 개화 이후 5월에는 습한 날씨가 이 어졌고, 7월과 8월은 건조했으며 9월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메를로는 비교적 이른 시 기에 완전히 익었습니다. 섬세함과 균형이 뛰어난 와인으로, 어느 한 요소도 과도하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짙고 깊은 색감의 과 일 향에 토스트, 향신료, 은은한 스모키 뉘 앙스가 더해집니다. 입안에서는 충분한 밀 도감이 느껴집니다.
2024 오-바이이 II (Haut-Bailly II) (JSK) 2025년 4월, 샤또에서 배럴 시음.
완과일 향이 풍부하고 개방적이며 우아하 고, 이미 부드러운 인상을 보입니다. 붉은 베리와 라즈베리 아로마가 중심을 이루며, 은은한 바닐라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전체 적으로 조화롭고, 편안하면서도 경쾌한 매 력을 지닌 와인입니다.
2022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JSK) 2025년 4월, 샤또에 서 시음.
6월에비가내린뒤무더운여름이이어졌 고, 따뜻한 기온 속에서 수확이 진행되었습 니다. 위엄 있는 인상을 지닌 와인으로, 카시스와 블랙 체리, 부서진 돌의 미네랄리 티, 스모크와 담배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 집니다. 입안에서는 블랙커런트, 감초, 미네랄, 제비꽃 풍미가 다층적으로 펼쳐집 니다.깊이있는구조와실키한타닌이과 실 풍미와 조화롭게 감싸며,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 과하지 않 은, 오-바이이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2022 오-바이이 II (Haut-Bailly II) (JSK) 2025년 4월, 샤또에서 시음.
르 파프(Le Pape) 포도가 별도로 양조·병 입되지 않고 오-바이이 II 블렌드에 포함된 첫 번째 빈티지입니다. 블랙 프루트와 스모 키한 허브, 담배, 블랙 올리브의 아로마가 어우러지며, 둥글고 우아한 질감을 지닌 와 인입니다.
2016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JSK) 2025 년 4월, 샤또 에서 시음.
2016년은 비와 햇빛이 이상적으로 교차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재배 조건을 보인 해였 습니다. 수확 또한 최적의 환경에서 이루 어졌으며, 숙성도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미네랄리티와 플로럴 노트, 제비꽃, 향신료 가 어우러진 생동감 있는 아로마가 돋보입 니다. 입안에서는 풍부하고 힘 있는 구조를 지니면서도, 볼륨감 있는 질감과 우아한 타 닌이 조화를 이룹니다.
2015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JSK) 2025년 4월, 샤또에 서 시음.
‘꿈의 빈티지’라 불리는 해입니다. 따뜻하 고건조한여름에이어완벽한수확조건이 이어졌습니다. 과일과 향신료, 건메탈을 연 상시키는 아로마가 어우러집니다. 풍부한 힘과 함께 세련된 정제미를 갖춘, 화려하면 서도 균형 잡힌 와인입니다.
2006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JSK) 2025년 4월, 샤또에 서 시음.
아로마에서는 스모크와 미네랄, 담배, 올리 브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입안에서는 벨 벳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질감을 보이며, 블랙 프루트 풍미에 은은한 흑연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완벽한 균형감과 함께 아름답 고 긴 여운을 남깁니다.
1998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GD) 2008년 4월, 보르도 에서 시음.
2008년 4월, 보르도의 아카데미 뒤 뱅 (Académie du Vin) 창립 10주년 블랙타 이 디너에서 시음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과 실 풍미와 뛰어난 균형감을 보여주며, 농축감이 충분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 운 매력을 지닌 와인이었습니다.
1988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JSK) 2025 년 4월, 샤또 에서 시음.
가장자리에는 벽돌빛 숙성 색조가 드러납 니다. 아로마에서는 향신료와 시가, 젖은 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노트, 월계수 잎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입안에서는 풍미가 층층이 펼쳐지며, 현재 최상의 숙성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1985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GD) 2004년 1월, 캘리포 니아에서 시음.
풍부한과실풍미와강렬한맛의밀도를지 닌 아름다운 와인이면서도, 놀라울 만큼 균 형 잡히고 정교해 마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아합니다. 잔에 다시 따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와인입니다.
1961 샤또 오-바이이(Château Haut-Bailly) (GD) 2004년 11월, 캘리포 니아에서 시음.
기념비적인 와인입니다. 1947년 빈티지 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농축감과 함께, 포므 롤스타일을떠올리게하는달콤하고잘익 은과실풍미가펼쳐집니다.이어페삭레 오냥 특유의 클래식한 섬세함으로 마무리 됩니다. 놀라울 만큼 생생한 색감과 강렬한 에너지를 유지한 채, 빙하처럼 느린 속도로 숙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불멸 에 가까운 와인입니다.